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최종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데스 게임'을 펼친다. 3차 예선 진출을 위해서는 대만을 상대로 8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일(한국시간) 김판곤 감독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대만전이 나의 거취를 결정짓는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나를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팀의 부진과 3차 예선 진출이 불투명해지면서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경질론에 직면했다. 특히 지난 2차 예선에서 오만에 2패를 당하고, 키르기스스탄 원정에서도 승점 1점 확보에 그치면서 압박감이 커졌다.
이에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판곤 감독은 "우리가 바랐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며 "선수들에게 '데스 게임'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미션은 단지 많은 골을 넣는 것뿐 아니라 선제골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근 말레이시아를 덮친 염산 테러로 에이스 파이살 할림을 비롯해 주전급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위험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통할 거라고 느끼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3차 예선 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에서는 항상 좋은 결과를 얻었다. 득점률도 좋았다. 물론 선수 자원이 조금 부족하지만, 상대는 어려운 환경과 날씨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환경을 활용하려 한다. 우리 팬들이 경기장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 모든 선수는 정신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대만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김판곤 감독은 대만전을 앞두고 말레이시아에서 뛰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를 '히든카드'로 추가 발탁했다. 그는 "공격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파이살 할림·아리프 아이만·로멜 모랄레스 등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 당시 맹활약했던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고민에 빠져 있었던 김 감독은 "아궤로가 완전히 회복한 것을 확인했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 논의했다.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7-0으로 이기고 오만의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당초 우리는 다섯 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목표로 했다. 오만이 (키르기스스탄 원정에서) 패배하지 않길 바랐었다. 결국 그 결과가 우리를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오만은 지난해 11월 키르기스스탄 원정에서 0-1로 패한 바 있다.
이어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2승 1무를 기록했으니, 이번에 승리하면 최소한 우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며 결코 비관적인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어쨌든 대만에 이기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 감독은 키르기스스탄 원정 직후 파푸아 뉴기니를 안방에서 10-0으로 이긴 적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방에서는 아시아 하위권 팀을 상대로 그만큼 큰 점수 차로 이겨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 대만전을 앞두고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2승 1무 2패, 승점 7점으로 조 3위에 있다. 반면 2위 키르기스스탄은 3승 1무 1패, 승점 10점으로 말레이시아와 승점 차이가 3점이다.
문제는 키르기스스탄이 오만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오만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같은 날 대만과의 경기에서 최소 8골 차 승리를 거두어야만 3차 예선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8골 차 승리를 거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말레이시아는 지금까지 2차 예선에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5골만을 득점했다. 반면 키르기스스탄은 6골을 득점하며 공격력에서 앞서고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는 키르기스스탄이 오만에 큰 점수 차로 패하고, 자신들이 대만을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8골 차 승리는 쉽지 않은 목표다. 그만큼 말레이시아는 3차 예선 진출을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
김판곤 감독은 "데스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필승을 다짐했지만, 8골 차 승리라는 험난한 과제와 주축 선수들의 부재, 그리고 경질 위기까지 겹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김 감독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3차 예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