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진 지 이틀 만에 숨진 육군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훈련병 부검 결과에서 횡문근융해증과 관련된 유사한 증상이 일부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28일 보도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추가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그는 "아직 사안을 명확히 하기 어려워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즉 팔이나 다리 등 움직임이 있는 부위 골격근인 횡문근이 '융해', 말 그대로 녹는 것을 말한다.
이 병에 걸릴 경우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근육 통증이나 소변색이 콜라색으로 바뀌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붉은색인 마이오글로빈이 소변에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심하면 급성 콩팥 손상, 저인산혈증, 고칼슘혈증, 급성 신부전, 신장 손상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난다.
만약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된다면 무리한 얼차려로 장병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훈련병의 사인이 열사병이라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질병청온열질환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23일 강원 인제군에서 올해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가 바로 군기훈련 중 사망한 훈련병이라는 게 질병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훈련병의 사망 소식에 군기 훈련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25kg에 이르는)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 펴기,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6명의 군기 훈련 대상 훈련병은 완전군장 달리기를 한 뒤 1등만 빼고 반복해서 달리는 벌을 받았다.
군기 훈련의 규정인 ▲하루 2시간 이내 훈련 ▲완전군장을 한 채 걷기 1km까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 가능 ▲맨몸 팔굽혀 펴기 20회까지 가능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군이 철저하게 정보단속을 했지만 휴일을 맞아 훈련병이 부모들과 통화하며 정보가 샜다"라며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이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하며 25일 오후 사망했다.
이 훈련병은 쓰러지기 전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할 수 있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해당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민간 경찰과 함께 조사하며 식별한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폐쇄회로TV(CCTV) 녹화영상도 경찰에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