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급발진 재연 시험'에서 운전자 할머니의 '페달 오조작' 부정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2022년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혹 사고로 당시 차량에 탑승해 있던 12세 어린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에서 급발진 재연 시험이 처음으로 시행됐고 그 결과가 지난 27일 공개됐다.
이 재연 시험은 사고 당시 운전자였던 할머니가 페달을 잘못 밟았다는 제조사 측의 주장을 반박할 중요한 근거다.
재연 시험은 강원 강릉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지난달 19일 진행됐다. 차량의 '풀 액셀' 상태에서 분당 회전속도(RPM)와 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제조사의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제조사 측이 "변속 패턴 설계자료를 인용해 RPM이 감소하는 것은 변속기어가 3단에서 4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설계자료와 실제 주행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10개 구간 중 절반은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변속 패턴 설계자료와 실제 주행이 '일치'한 것은 2건이었고, 나머지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구간에서는 설계상의 예측 속도와 실험 시 속도가 80km/h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운전자 측 소송대리인 하종선 나루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뉴스1에 "변속 패턴 설계자료가 해당 사안에 적용되는 '진실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재연 시험에서 변속 패턴대로 속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제조사 측 주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재연 시험에서는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의 작동 여부도 검토됐다. AEB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량이 자동으로 제동하는 시스템이다.
실험 결과, 모든 조건에서 AEB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차량이 멈춰 섰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 변호사는 뉴스1에 "이번 실험 결과는 AEB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량 결함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차량 급발진 의혹 사고로 인해 운전자 측과 사고 당시 차량 제조사는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 보호와 차량 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고 제조물 책임법에 대한 개정 요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