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전통 미인을 뽑는 '미스 춘향선발대회(이하 대회)'가 수상자를 우뚝 세우며 폐막한 가운데 푸른 눈을 가진 북유럽 금발여인의 도전기가 화제다. 전북 남원의 전통 축제 ‘춘향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대회는 올해 시범적으로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유학생 마이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상 첫 '외국인 미스 춘향'에 도전한 김치귀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김치귀신은 그의 유튜브 채널명이다.
남원시는 이번 대회에서 공식 미스 춘향 진·선·미·정·숙·현 6명 외에 번외로 ‘외국 춘향’을 선발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KTX를 타고 시험장인 남원시 춘향문화예술회관에 당도한 마이.
미스 춘향 1차 예선은 '1분 자기소개'다. 50명만 통과시킨다.
대강당에 마이의 또박또박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유럽 에스토니아에서 한국으로 이사 온 지 5개월 된 마이입니다. 저에게 첫 외국인 춘향이 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나이팅게일, 한국의 잔 다르크, 어색하지 않으시죠? 춘향이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과 평등의 가치는 피부색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제가 첫 푸른 눈의 춘향 에스토니아의 춘향이 돼 미국의 춘향, 오세아니아 춘향, 아프리카 춘향이 나올 때까지 춘향다움의 가치를 알리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몇 시간 뒤 두근대는 마음으로 벽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본 마이는 미소를 지었다. 1차 예선 합격. 서류 합격자 230명 중 50등 안에 들어간 것이다.
장기자랑, 심층 면접으로 진행되는 2차 예선은 다음 날 잡혀 있다.
노래로 장기 자랑하기로 한 마이. 부족한 한국말 때문에 노래로 점수를 따야하는 상황이다.
둘 중 한 명은 떨어지는 2차 예선. 대기실에서 다른 참가자들은 마이에게 대회 재수, 삼수하는 참가자들도 있는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2차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윽고 무대에 선 마이.
"참가번호 12번 푸른 눈의 춘향 마이입니다. 제가 준비한 노래는 담다디입니다. 서울로 떠나는 몽룡 도련님 생각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이어진 심층 면접.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았냐", "에스토니아 국적인데 한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느냐", "한국어는 어떻게 배웠느냐", "춘향제 참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뭐냐" 쏟아지는 한국어 질문 폭격에 머리가 하얘진 마이. 긴장돼서 더 버벅대는 한국어.
시험장을 빠져 나온 마이는 "국악으로 BTS 곡을 연주하는 참가자도 있더라"고 놀라워하며 "한국어 공부를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조금 더 잘 말했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워했다.
대망의 2차 예선 합격자 발표. 서운하게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만 24세까지 참여 가능한 미스 춘향선발대회는 그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라 더욱 서글펐다.
마이는 "한국에서 딸을 낳으면 엄마 대신 미스 춘향시킨다"는 다짐으로 영상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