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 여부를 가를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항고심 법원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론적으로 재항고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판단에 따라 적어도 올해 의대 증원 여부는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성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16~17일 중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 결정을 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함께 신청한 것이다.
집행정지란 행정처분 취소소송이 제기됐을 때 법원이 처분의 집행이나 절차의 속행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문제 삼으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시할 수 있는데,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은 각 대학을 상대로 한 것으로 '제3자'인 교수들이 주장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증원을 배정받지 못한 대학 교수들의 경우 처분으로 교수 지위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배정된 대학 교수들의 경우 '양질의 교육을 위해 입학정원을 제한할 권리'가 관계법규에서 인정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법률상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시했다.
항고심 역시 제1 관문은 원고의 당사자 적격성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심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변수다.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으로, 그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1심처럼 각하 판단으로 그치지 않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본안 심리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정부 측에서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49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제출한 자료 내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첨예한 '장외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법원의 심리 과정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사실상 항고심의 결정에 따라 올해 의대 증원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데, 재항고를 하더라도 대법원 판단이 그 이전에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집행정지가 각하 혹은 기각될 경우 사실상 증원이 확정되고, 인용될 경우 올해 내년도 입시에 증원 반영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재판부 역시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양측이 제시한 자료 등을 신중히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과 달리 원고 적격성을 인정할 경우, 다음 쟁점은 집행정지의 핵심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와 '공공복리 영향'이 된다.
행정소송법은 "처분 등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를 집행정지 요건으로 정하되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정한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손해 우려에는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집행 정지가 인용될 경우) 본안 판단 시까지 대입 정원이 계속 유동적인 상태가 될 수 있어 수험생·학부모 등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현재 증원 추진이 불발될 경우 향후 수십년간 의사 증원 등 의료개혁이 좌초될 우려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신청인들의 주장만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지금 당장 어떠한 손해가 예상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신청인 측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2천명 증원을 수용하는 것은 현재 교육 여건상 무리이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 등으로 큰 손해를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청인 측 이병철 변호사는 반박 자료에서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일반대학의 수업 방법 또는 평가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정원 변경은 교육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 현안 협의체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의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비과학적 방법에서 도출된 2천명 여론몰이에 매진함으로 현 사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