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명문대 의대생 최모(25) 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 씨가 범행 몇 시간 전 경기 화성시 동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뿐 아니라 테이프까지 함께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발표했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필요할 것 같아 구매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에 테이프가 사용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범행을 저지른 후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옷을 가방에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일보다 그 전에 계획을 세우거나 도구를 준비한 정황이 나왔다"며 "헤어지는 문제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당일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의대생의 명확한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관)를 투입해 최씨 진술 등을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라 최씨의 사이코패스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계획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최 씨를 오는 14일 송치할 예정이다.
최 씨는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한 남성이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최 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 그의 신상정보 등이 퍼졌다. 특히 피해자 관련 정보 등도 확산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은 최 씨의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상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의 신원까지 알려질 수 있다는 유족 측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가 재학 중인 대학은 현재 내부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 살인 사건 동기에 대해 "헤어지는 문제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봐서 우발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씨의 신상공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유족 입장에서는 상당히 격한 감정이 있어 의견을 반영했다"면서 "신상공개 요건 있는데 피해자 유족 의사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범행 특성상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면, 사망한 피해자와 유족이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