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네 PC방에 마법의 짜계치 레시피를 알려주고 사라진 귀인을 찾습니다"

2024-05-10 15:42

영업난 겪던 PC방을 짜계치 레시피로 번창하게 해준 귀인

한 PC방 사장이 영업난으로 고생하던 시절 큰 도움을 준 손님을 애타게 찾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owithstock-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owithstock-shutterstock.com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오빠가 하는 PC방에 귀인이 다녀갔다고 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PC방을 운영하는 오빠를 뒀다는 글쓴이는 자신의 오빠에게 과거 짜계치 레시피를 알려주고 홀연히 사라진 귀인을 찾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오빠가 PC방을 하는데 요즘에 밤이 되면 제일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가 짜계치(짜파게티에 계란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는 음식)라고 함"이라며 "근데 오빠도 오빠네 알바도 둘 다 라면을 진짜 못 끓여서 예전엔 짜계치가 잘 안 팔렸고 요즘 PC방은 음식이 맛없으면 PC 사양 아무리 좋아도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가게세도 겨우 맞추면서 근근이 장사하고 있던 어느 날,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밤에 오셔서 짜계치를 시켜서 드시더래. 그분이 잠시 후에 오빠를 부르더니 '사장님 젓갈 잡술지 아요(알아요)?'라고 하더래"라며 믿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저씨의 질문에 글쓴이의 오빠는 "네 먹긴 먹습니다.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마치 글쓴이 오빠에게 마법의 짜계치 레시피를 자세히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젓갈 잡술지 알믄~ 요새 참치액젓, 꽃게액젓, 홍게액젓 이런 거 팔어요. 고것이 메르치액젓(멸치액젓)마냥 비리도 안 허고 맛난 게 커피 숟갈로 딱 반만 짜계치에 느보쇼(넣어보세요)! 그라고 짜계치 허실 때 물은 300ml만 니코(넣고) 가루 스프랑 건더기 스프랑 액젓이랑 싹 다 처음부터 같이 니코 끓여야 제맛이 나요~ 면에 간이 배야 지맛이(제맛이) 난당게요(난다니까요)"라고 신난 듯 말했다.

이어 "여기에 설탕도 반 숟가락 느씨요(넣으세요). 그라고 마지막에 들기름 커피 숟갈로 하나 뿌려주믄 젓갈 비린내도 안 나고 입에 짝짝 붙어요~ 참기름은 비싸니까 들기름으로 허씨요(하세요)~ 나가 라면으로 건물 산 사람잉게 한 번 믿어 보쇼!"라고 했다.

글쓴이는 "대사는 오빠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부분"이라며 "이 전라도 아재가 워낙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셔서 오빠는 당장 그 액젓들과 들기름을 샀고 짜계치에 이것들을 넣어 맛을 봤는데 그 순간 '우리 가게에 귀인이 오셨구나!'하며 눈이 번쩍 뜨이더래"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 오빠네 PC방은 짜계치로 번성하기 시작했고 오빠는 은혜를 갚고 싶어서 그 전라도 아재가 제발 한 번만 더 오시기를 오매불망 목 빠지라 기다렸대. 근데 야속한 아재는 이후로 한 번도 오시지 않고 오빠만 홀로 그리움에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 많아졌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그 전라도 아재가 이 글을 읽으신다면 분당구 모처에 OOOOO PC방의 젊은 남자 사장님이 그리워서 애간장이 살살 녹고 있으니 제발 한 번만 오셔서 떡라면 레시피도 알려 달라고 전해드리고 싶다"라며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이고 아무튼 오빠가 그 아저씨 오시면 한우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한 번을 안 오셔서 그립다고 해"라며 "그 밤 홀연히 나타나 짜계치 레시피를 전수해 주고 떠난 그 아재는 과연 누구였을까. 사람이긴 할까"라며 PC방 귀인을 찾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Lens Hitam-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Lens Hitam-shutterstock.com

실제로 요즘 PC방은 좋은 컴퓨터나 장비만큼 음식도 중요한 것으로 유명하다. 컴퓨터 게임이 E스포츠로 인정되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유명 게임팀의 팬덤 규모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유명한 게이머 페이커가 속한 팀 'T1'은 유명 아이돌만큼 팬덤이 크고 팬덤의 화력이 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시설이나 컴퓨터 장비가 좋아도 음식이 맛없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곳보다 별로여도 음식이 더 맛있는 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한편의 전래동화 본 느낌이네", "쓰니 오빠가 하도 라면을 못 끓이니 보다 못한 조상신이 헌신해서 도와줬나 보네. 올 추석 차례상에 짜계치 올려드려라", "그분 그때 짜계치가 너무 맛이 없어서 다신 안 오실 거예요", "옛날 네이트판 같다", "나 집에서 이 레시피 해봐야겠다", "인생의 은인을 만나셨네요. 도깨비야 뭐야. 좋은 분이네요", "전라도 사람은 라면도 잘 끓이네. 진짜 저 동네 음식 잘하는 건 알아줘야 함" 등 반응을 보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