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 앞서 비공식 특사 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일보가 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통령실 쪽에선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민주당 쪽에선 4·10 총선 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특사로 나서 물밑 협상을 맡았다. 한국일보는 함 원장, 임 명예교수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수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했다.
함 원장에 따르면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을 묵살해왔던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계기로 생각을 바꿨다. 이에 대해 함 원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과 국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선 지지층의 반대도 때로는 넘어서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함 원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선 때는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지 않느냐"면서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만큼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나는 어차피 단임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느냐.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생산적 정치로 가면 이 대표의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수회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영수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국정의 동반자' 이 대표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국무총리 인사 추천, 이 대표와 핫라인 구축, 여야정 협의체 3가지를 꺼냈지만 이 대표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대표가 국정 방향타 전환을 요구하며 윤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
이에 대해 임혁백 명예교수는 "이 대표 요구는 한결같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들어 국정기조를 바꾸겠다는 가시적 조치를 보이면서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불편할 수도 있는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대표는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면서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선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