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중학교 급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네이버 카페 '서초네이처힐엄마세상'에 올라온 글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글은 지난달 올라왔지만 최근 각종 맘카페,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주목받고 있다.
글을 올린 글쓴이는 "OO중 아이들은 걸식 아동인가요?"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순대볶음과 요구르트, 흰쌀밥과 김치 콩나물국이 담긴 식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각종 반찬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식판은 황당할 만큼 휑하게 비어 있어 다소 충격을 자아낸다. 한창 먹어야 할 청소년들의 식단이라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노숙자들을 위한 무상 급식보다도 못한 모습이다.
글쓴이는 "오늘 OO중 급식이다. 반찬은 깍두기와 순대볶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느냐"라며 답답해했다.
이에 자신의 아이가 글쓴이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학부모 네티즌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뒀다는 네티즌은 "중1 아이한테 오늘 급식 이렇게 나왔냐고 물었더니 맞는다고 한다. 아이 왈 '이러니 애들이 뭐 사 와서 먹으려고 하는 거다. 근데 그것도 못 먹게 해서 애들이 화장실에서 먹는다. 나도 한 번 화장실에서 먹은 적 있다' 이런다. 남편도 사진 보더니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한다. 이거 뭐 학부모들이 급식 봉사라도 나가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중3 아이한테도 물어보니 '이렇게 나온 거 맞다. 근데 건더기는 너무 많이 줘서 남겼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조리원 2명밖에 없으니 급식 때문에 (학교에) 뭐라고 하지 말라더라. 저희 첫째는 '급식 그냥 대충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냐' 이런 스타일이다. 학교에 따지는 게 아니라 교육청에 건의하려는 거라고 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저희 아이도 오늘 저렇게 나온 것 맞고 먹다가 버렸다고 한다. 저 순대볶음 너무 자주 나온다고 한다. 학교 급식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남편이 군대도 저렇게 안 나온다고 경악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참다못한 한 네티즌은 지난 3월 직접 구청에 민원을 넣은 뒤 받은 답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민원에 답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민원 답변에서 전 구청장은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의 관리 및 운영은 각 학교별로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으로 학교급식법에 따라 학교장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다만 우리구에서는 민원인께서 말씀하신 사항에 대해 깊이 공감하여 학교 측에 관련 내용 문의 결과, 급식 중단은 아니며 교내 조리 종사원 부족으로 반찬 가짓수가 4찬에서 3찬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음을 안내해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들도 아연실색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급식의 질 문제보다 조리사 근무 환경과 인건비 문제를 지적하는 반응이 더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네티즌들은 "결국 급식 단가 문제가 아니라 인력 문제네", "저건 금액 책정부터 까봐야 할 듯. 급식비 책정 엄청 낮게 돼 있을 것 같은데", "학교가 진짜 문제네", "조리사 인건비부터 현실화해야", "중학생이면 뒤돌아서면 배고플 텐데 너무 부실하다. 일하시는 분들도 너무 힘들 것 같고", "저걸 다 준비하는 두 분은 매일 앓아눕겠다... 쌀 양도 만만치 않을 텐데" 등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논란의 중학교가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조리사 인원 부족 문제를 납득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젊은 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 때문이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학부모 악성 민원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경찰은 고인의 동료 교사와 친구, 학부모 등에 대한 조사로 확보한 자료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사망 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 협박 등과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조사했으나 그와 같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중학교에 조리원 인력 부족 문제가 학부모 민원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쿠' 네티즌들은 "서초구? 아~", "서초구냐. 그럼 월급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겠네", "사람이 왜 안 구해지겠냐. 서초구 급식 민원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냐. 치즈돈까스에 치즈가 안 녹았다며 민원 넣은 곳인데", "서초구 이미지 생각하면 납득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물론 급식 질로 저 사람이 민원 넣은 사람은 아니니까 나라도 억울하고 속 터질 것 같긴 한데... 난 이제 아동청소년 대상 업무는 학부모 자정 없이는 점점 질적 저하만 있을 거라고 본다.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 "다른 데선 안 그러는데 서초구만 그렇다면 이유가 있겠지. 도시락 싸 다니는 수밖에"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