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려왔던 여고생이 누리꾼들에게 작별 편지를 쓴 뒤 더는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 여학생이 활동하던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여학생이 숨진 것으로 보고 추모 글을 올리고 있다. 취재 결과 경남 창원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최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 여학생이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린 학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회원인 A 양이 숨졌다는 얘기가 30일부터 디시인사이드 회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다가 회원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편지를 쓴 뒤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는 것이 심상찮다는 말이 나온다.
1학년인 A 양은 올 초부터 디시인사이드 만화갤러리에 학교폭력을 호소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그는 입학 전인 지난 1월 ‘고등학교에 가면 친구 꼭 만들어야지!’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학교 남녀 성비가 50대 50이라 좀 빡셀 듯”이란 글과 함께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드러냈다.
학교 생활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 양은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A 양은 지난 3월 28일 “오늘 신발 신으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내 후드에 있던 종이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라고 말하며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좀 당황스러웠다”라면서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점을 밝힌 뒤 “내가 어디에서 미움받을 짓을 한 걸까. 애초에 대안학교에 가고 싶었는데”라며 괴로워했다.
같은 날 A 양은 “오늘 일진이 나한테 과자를 던졌는데 그게 쿠크다스여서 가루가 내 머리랑 옷에 다 튀었다. 여자애들이 비웃었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은데 선생님이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양손으로 비닐봉지를 드느라 그냥 비를 맞고 쓰레기를 처리하고 교실에 왔다. 다 폰만 보고 선생님은 ‘네가 늦게 와서 애들이 집에 못 가고 있다’고 했다. 종례 후 집에 가면서 비 오고 혼자여서 울었다”란 글을 올렸다.
A 양은 지난 13일엔 ‘학교 괴롭힘이 사그라져서 좋아’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나한테 마구 지우개 가루를 던지고 후드 모자에 종이뭉텅이를 넣고 그랬는데 걔네들도 양심이란 게 있는지 요즘은 안 건드려. 조용하지만 씁쓸한 학교생활이 좋군”이라고 말했다.
A 양이 마지막으로 올린 게시물은 지난 23일 만화갤러리 회원들에게 보낸 작별 편지였다. 그는 ‘만붕이들에게!’란 제목으로 “좋은 고닉들이 너무 많았어…. 유동도… 반고닉도…”라고 작성한 편지를 끝으로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만붕이는 만화갤러리 회원을, 고닉은 디시인사이드에서 닉네임을 항상 똑같은 것으로 고정하고 쓰는 유저를, 유동은 디시인사이드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는 익명 유저를, 반고닉은 고닉과 유동을 오가는 유저를 뜻한다.
누리꾼들은 A 양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거짓말이라고 해줘”, “명복을 빕니다” 등의 추모 글을 올리고 있다.
당초 A 양은 경남 마산시에 소재한 고등학교에 다닌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A 양이 회원들과 댓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마산시에 있는 모 고등학교의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의 관계자는 이날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최근 우리 학교에서 학생이 사망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라면서 "다만 창원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인해 최근 경남도교육청 산하 고등학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죽음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숨진 여학생이 창원시에 소재한 고등학교에 다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날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학생의 죽음과 관련된 사안은 대외비인 까닭에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 “그런 죽음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