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지시로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아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대생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가 사기방조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여대생 A(24) 씨에 대한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고 뉴스1이 이날 보도했다.
A 씨는 2021년 10월 8일 오후 2시쯤 전남 여수시에서 전화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로부터 2438만원을 건네받아 조직에 무통장으로 입금한 혐의를 받는다.
범죄조직은 대환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제도)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였다. 조직은 A 씨에게는 'VIP 고객 대상 환전 업무'라면서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아오면 3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1심 재판의 핵심 쟁점은 A 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 였다. 미필적 고의란 자기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1심은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사기방조 성립을 위해선 '내가 건네받는 이 돈이 보이스피싱 편취금일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그런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해 수당을 받겠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A 씨)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행동이 현금수거책 역할이었음을 인지했고 곧바로 피해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30만원보다 훨씬 많은 8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며 "피고인에게 범죄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검사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유죄라고 주장했다. 돈만 받아오면 되는 일에 30만원이나 줬다면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다고 의심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수년간 정부와 언론, 금융기관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홍보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막연히 '내가 피해자가 되면 안 되겠다'는 경계심을 갖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가담하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어머니의 선물을 구매하려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사회초년생이 고도화된 범죄조직의 범행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항소심은 판단했다.
뉴스1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 생일 선물을 준비할 용돈 마련을 목적으로 SNS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피고인은 범죄조직이 소개한 회사의 홈페이지를 직접 검색했고 조직원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무통장입금 과정에서 ATM 기계가 고장나자 인터폰으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은행 이동에도 개인카드를 사용해 택시에 탑승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당시 만 20세로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었다면서 “피고인의 연령, 사회경험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범죄 수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시를 따랐을 가능성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