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부인의 부패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오전 TV 연설에서 "신중히 고민한 끝에 총리직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더 강한 추진력으로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자신의 결정을 펠리페 6세 국왕에게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4일 스페인 사법부가 부인인 베고냐 고메스의 부패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자 지난주 남은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고메스에 대한 예비조사는 극우 성향의 압력단체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의 고발로 시작됐다.
산체스 총리는 이에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자신과 아내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총리직 수행을 재고하고 있다며 거취를 고민한 뒤 29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는 당시 글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인 우파 국민당과 극우정당 복스(VOX) 대표가 '마노스 림피아스'와 짜고 자신과 아내를 향한 괴롭힘 작전을 시작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산체스 총리가 숙고 중이던 주말인 27일 그가 소속한 사회노동당(PSOE) 마드리드 당사 앞에선 수천 명의 지지자가 모여 근거 없는 공격에 물러서선 안 된다며 총리직 유지를 촉구했다.
야당 국민당은 그러나 그의 거취 발언이 신중치 못하며 유럽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스페인·유럽정치 담당 강사인 나고레 칼보 멘디사발도 AP 통신에 "산체스 총리의 또 다른 정치적 책략"일 수 있다며 우파의 공격에 맞서 전국적 지지세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회노동당 대표인 산체스 총리는 2018년부터 스페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조기 총선에서 사회노동당이 국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으나 동맹 세력인 좌파연합 수마르,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들의 지지를 얻어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