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드디어 만났다.
29일 오후 2시 30분쯤부터 '영수회담'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720일 만이다.
이 대표는 오후 2시에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2층 집무실로 입장한 이 대표를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청사 입구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 대표와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 회담 참석자들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로 들어오는 이 대표를 보자 "오랜만입니다"라며 "선거 운동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다들 건강 잘 회복하셨나"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 대표 역시 미소 지으며 "(회복에 시간이) 아직 많이 필요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회담장에서 만났을 때 윤 대통령은 왼손으로 가볍게 이 대표 오른팔을 툭 쳤다.
원형테이블에서 윤 대통령 우측으로는 차례대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이 대표 좌측으로는 순서대로 진 정책위의장, 천 비서실장, 박 수석대변인이 순서대로 앉았다.
회담은 양측 모두발언까지 언론에 공개하고 이후 비공개 차담회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정말 (대선) 후보 때 저희가 행사나 TV 토론 때 뵀고 당선 축하 전화를 해주시고 국회에 가서 뵀다"고 했다.
이어 "오늘 용산에 오셔서 여러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며 "편하게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고 그러면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이 대표님과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이 고대했기 때문에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간단한 인사말로 모두발언을 한 데 반해 이 대표는 원고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어 나갔다. 무려 A4 10장 분량에 달했다.
이 대표는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한다"며 "만남이 국민께 새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민생 어려움 해결,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의정갈등 해소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도 언급했다.
또한 "행정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관한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해 주시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원고를 읽을 동안 아무 말 없이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