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3리그 소속 선수가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했다. 이마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음에도 대한축구협회가 파견한 감독관이 응급차 이용을 사실상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다친 선수가 부상 두 시간을 넘겨서야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지난 28일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강릉시민축구단과 FC목포와의 K3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강릉시민축구단 소속 박선주가 헤딩 경합 중 상대 선수와 이마를 부딪쳐 쓰러졌다. 전반 37분에 발생한 일이었다.
사고 충격으로 박선주의 이마가 6~7㎝가량 찢어졌다. 머리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은 데다 출혈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황당하게도 대한축구협회가 파견한 감독관은 협회 규정을 이유로 경기장에 비치돼 있던 응급차의 이용을 막아섰다.
대한축구협회의 ‘국내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클럽은 홈경기 땐 경기 시간 60분 전까지 제동제세동기, 산소호흡기를 비치한 응급차를 1대 이상 마련해야 한다. 파견 감독관은 이 규정을 근거로 응급차 이용을 제지했다. 경기장에 응급차가 없으면 경기를 속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박선주는 임신한 부인 등 가족이 도착하기 전까지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강릉시민축구단은 급히 봉고차를 수배해 2시간 20분 만에야 목포 기독교병원으로 박선주를 이송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담당 의사가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붕대로 감는 응급처치만 한 후 더 큰 병원으로 박선주를 후송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의사는 출혈이 다량 발생해 쇼크가 올 수 있다면서 한시라도 빨리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박선주는 앰뷸런스를 타고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으로 1시간 10분간 다시 이송돼야 했다. 박선주는 병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민축구단 관계자는 29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응급차를 둬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머리뼈가 보일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선수를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할 수 있나. 응급차는 모형인가. 선수가 이용할 수 없는 응급차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는 목포에서 광주로 이송할 때도 사용한 응급차의 비용도 내주지 않았다”면서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한축구협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주 가족도 대한축구협회를 직격하고 나섰다. 박선주 부인 A씨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구급차 안에 누워 있는 남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이게 말이 되나. 선수가 의식 잃고 뼈가 보일 정도로 (이마가) 찢어져 쓰러져 있는데 어린애 4명이 들것에 (남편을) 들고 들어왔다. 또 구급차는 들어오지 않고 주저하고 있었다. 주변 선수들이 소리치니 봉고차 하나가 들어와서는 (남편을 싣고) ‘병원 뺑뺑이’를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에 갈 수 있게 빨리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하니 ‘경기를 중단할 수 없어서 못 불러준다’고 하더라”라면서 “선수 보호가 아니라 경기가 중요한 것인가. 사고 후 두 시간이 넘어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