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배임이면 방시혁은 에스파 폭행 사주냐"... 법조계 지적 나온 이유

2024-04-28 11:19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 "카톡이 결정적 증거라면 하이브는 망했다"

하이브가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한 가운데 민 대표에게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법조계 주장이 나왔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진스 사건과 업무상 배임'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이브가 주장하는 배임에 대해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울먹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울먹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이 변호사는 "경영권 찬탈은 법적으로 의미 없는 주장이다. 어도어 경영자는 법적으로 민희진이다. 민희진이 하이브 경영권을 가지려고 했느냐. 굳이 말하자면 어도어의 경영권 독립을 시도하려 한 것인데 그것이 죄가 되느냐. 투자자를 데려와 주식 지분을 늘이려 했다는 주장도 실행 여부를 떠나 왜 배임이 되는지 모르겠다. 적대적 M&A도 합법적으로 이뤄지는데, 투자받으면 회사에 손해가 생기느냐"라고 했다.

하이브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민 대표는 말 그대로 '어도어의 경영권 독립을 시도하려 한 것'일 뿐인데 이것만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일단 주장 자체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논의가 의미가 있는데 아직까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하이브나 방시혁의 업무상 배임도 문제 되지 않을까? 모회사이고 대주주라 하더라도 계열사와는 주주 구성도 다르고 독립된 별개 법인이다. 계열사 영업 비밀과 노하우를 모회사가 마음대로 가져가 다른 계열사에 심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와 경영진이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 "카톡 자료가 가장 결정적 증거라면 하이브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며 "하이브 입장문을 봐도 배임 음모를 회사 회의록, 업무일지에 기재했다는데 그게 말이 되나 싶다. '대박'이라고 하면 승낙인가?"라며 "방시혁 카톡 보면 에스파 폭행 사주 혐의가 있던데 그건 결정적 증거냐"고 지적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톡을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톡을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한 경영진이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민 대표님은 캐시 아웃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이 적혀 있다. 민 대표는 “대박”이라고 답했다.

앞서 민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의장과의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방 의장은 경쟁 걸그룹인 ‘에스파’에 대해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민 대표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민 대표는 자신이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카피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보복성으로 해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K팝과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K팝과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이에 하이브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날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희진 대표와 A부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home 신아람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