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승부차기 한국을 꺾었다는 소식을 인도네시아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일부 인도네시아 축구 팬은 신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끄집어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는 26일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이 한국의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을 깼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다. 1∼3위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고, 4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여부를 가린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1-10으로 승리했다.
1988년 서울 대회부터 매번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으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졌지만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경기였다. 인도네시아가 시종일관 한국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처음 출전한 U-23 아시안컵에서 4강까지 오르는 역사를 작성했다. 1956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데뷔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에 대해 콤파스는 "이 결과는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경기력이 우세했던 한국 U-23 대표팀에는 엄청난 충격"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탈락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매체는 "(한국의) 이 패배는 한국이 파리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며 "인도네시아는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도전하던 한국의 기록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연속 진출은 9회에서 멈췄다"고 쐐기를 박았다.
일간 비즈니스 인도네시아는 디토 아리오테조 청소년·체육부 장관이 자국 대표팀에 축전을 보냈다고 전했다. 디토 아리오테조 장관은 축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자랑스럽다.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자 행복"이라며 "파리 올림픽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유력 언론 안타라 뉴스는 인도네시아 멀티 골의 주인공인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이번 승리는 신태용 감독 등 코치진을 포함한 팀 전체의 협력과 인도네시아의 모든 지원 덕분"이라며 '팀으로 일궈낸 승리'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스포탈코리아에 따르면 일부 축구 팬이 SNS에 "너희가 버린 감독에게 진 기분이 어때?", "이기든 지든 인도네시아 팬들은 감독에게 계란을 던지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신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버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연령대별 대표팀(U23, U20)을 차례로 맡은 뒤 2017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된 뒤 A 대표팀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3연속으로 ‘소방수’로 투입됐다.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셈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 축구협회는 신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외국인 감독 영입 실패에 대비해 방치하다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영입하면서 토사구팽했다.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축구 팬은 에펨코리아에서 "축구협회가 토사구팽한 신태용이 (한국 대표팀을) 죽창으로 찔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