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회사 나이키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2021년 사상 최고를 기록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나이키 주가는 23일(미국 현지 시각) 전 거래일보다 0.18% 내린 94.02달러에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서 0.074% 오른 94.09달러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오는 6월까지 본사 직원 74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감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억달러의 비용 절감에 목표를 둔 3개년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이다. 해당 계획엔 향후 3년간 전 세계 직원 수를 2%(약 1600명)가량 줄인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매출 둔화로 나이키 주가는 올해 들어 13%가량 하락했다. 3년 새 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전망도 암울하다. 지난달 나이키는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매출 전망을 내놨다. 매트 프렌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반기(2025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 한 자릿수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들은 나이키가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며 투자 등급 하향 조정에 나섰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나이키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부진하던 아디다스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지(Yeezy)를 위해 협업하던 예(카니예 웨스트)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쌓인 재고를 적극 판매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신생 브랜드들도 나이키를 위협하고 있다. 온러닝, 호카가 점유율을 높이며 급부상하고 있다.
나이키 인기가 왜 시들해지고 있을까. 신제품 기근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나이키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더는 혹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얘기이자 늙은 브랜드가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나이키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단순화하고 있단 점이다. 앞으로도 나이키 사세가 더 쪼그라들 수 있는 셈이다.
나이키 진단은 다르다. 존 도나호 CEO는 '원격근무'를 부진 이유로 꼽은 바 있다 그는 "'줌(Zoom)' 같은 원격 회의로는 파괴적 혁신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동료끼리 얼굴을 보고 상호작용하지 않아서 창의성이 나올 수 없다고 그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나이키는 정규 출퇴근을 부활해 무너졌던 혁신 체계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향후 나이키의 실적이 원격근무와 혁신의 상관관계를 실증할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