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실험'에 선뜻 자신의 차량을 내어준 시민이 있다.
지난 19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실험이 진행됐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고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에서 손자 이도현 군이 숨졌다.
이번 시험은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중 현장에서 이뤄진 첫 재연 시험이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다 제조사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시행됐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소비자이자 피해자인 도현 군의 유가족이 모든 걸 준비해야 했다.
도현 군 아버지는 수천만 원을 들여 사고 차량과 동일 연식의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 했었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소식을 접한 강릉 시민이 본인의 차를 빌려줬다.
차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도 내린 결정이다.
도로 통제는 전국모범운전자회 강릉지회가 도움을 줬다.
실험에서 차량을 직접 운전할 운전자도 구해야 했는데, 이 역시 전문 면허를 소지한 강릉 시민이 나서줬다.
시험은 총 네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급발진 의심 당시 차량은 ‘웽’ 굉음을 내기 시작한 뒤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한 뒤 약 780m가량을 내달렸다.
일단,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았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까지 올랐다. 사고 당시와는 다른 결과였다.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는 도현군의 할머니가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속도는 시속 110㎞에서 116㎞까지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운전자가 풀 액셀을 밟아서 생긴 사고’라는 제조사 측의 주장 근거가 된 EDR 기록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해볼 수도 있는 근거다.
또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속 135~140㎞가 나왔다. 이 역시 시속 116㎞와는 다른 결과다.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분석치(시속 136.5㎞)와 비슷했다.
유가족 측 하종선 변호사는 “우리 주장대로 EDR의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며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고 했다.
도현 군 아버지는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다시 보면서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국회는 도현이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