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비만 인구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 성인 비만율은 2019년만 해도 33.8%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2년에는 37.1%로 높아졌다. 성인 3명 중 1명꼴로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비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그 자체로 질병이고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적당히 살찐 사람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의미의 '비만의 역설'이 있다.
하지만, 비만의 역설은 그 기준이 모호하고 질환마다 편차가 커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비만은 비만대로 건강 위험 요인으로 보고, 몸이 대사적으로 건강한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가늠쇠는 대사증후군 여부다.
예컨대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5㎝ 이상), 공복혈당(100㎎/dL 이상), 혈압(수축기 130/이완기 85㎜Hg 이상), 중성지방(150㎎/dL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남자 40㎎/dL, 여자 50㎎/dL 미만) 중 정상 범위를 벗어난 항목이 3개 이상이면 대사적으로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처럼 대사적으로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 비만하기까지 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과 의정부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지원, 박재민)은 한국인유전체역학연구에 참여한 40~69세 7천374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대사적인 건강 여부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 국제학술지(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를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MHNO),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HO),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정상체중(MUHNO),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MUHO)의 4개 그룹으로 나눠 10년 동안 심뇌혈관질환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에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복합심혈관질환은 각각 151명(2.0%), 137명(1.9%), 283명(3.8%)에서 발생했다.
그룹별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그룹이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보다 1.8배 높았다.
또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정상체중 그룹과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그룹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각각 1.29배, 1.21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 대사질환을 가진 사람이 비만까지 동반하는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더욱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원 교수는 "전세계 사망 원인 1위인 심뇌혈관질환을 피하려면 대사적인 위험 요인을 줄이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는 연구 결과"라며 "만약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 대사질환이 있다면 비만해지지 않도록 운동과 식생활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