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서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당선되지 못한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무효표와 기권표를 제외한 유효표 수는 2천923만4천129표로 집계됐다.
이 중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찍은 '사표'(死票)는 전체의 41.52%인 1천213만6천757표에 달했다. 앞서 참여연대가 2020년 5월 분석한 21대 총선 사표율(유효표 중 사표가 차지하는 비율)은 43.73%였다.
이번 총선 사표율을 권역별로 보면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이 46.67%로 가장 높았다. 충청권에서는 유효표 306만6천716표 중 143만1천223표의 사표가 나왔다.
이어 부산·울산·경남(PK)이 44.80%, 수도권이 44.77%, 강원·제주가 43.08% 순이었다.
PK는 유효표 438만9천295표 중 196만6천236표, 수도권은 1천497만6천9표 중 670만4천205표, 강원·제주는 122만3천649표 중 52만7천106표가 사표였다.
수도권을 분리해서 보면 서울이 567만5천720표 중 252만4천562표(44.48%), 경기가 763만5천329표 중 342만2천877표(44.83%), 인천이 166만4천960표 중 75만6천766표(45.45%)였다.
사표율이 가장 낮은 권역은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광주·전북·전남)으로, 22.92%였다. 호남에서는 286만8천123표 중 65만7천443표의 사표가 나왔다.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 역시 사표율이 31.38%로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유효표 271만337표 중 사표는 85만544표였다.
이번 총선 전국에서 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구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경기 화성을이었다.
화성을은 유효표 12만2천260표 중 사표가 7만404표(57.59%)에 달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가 무소속 최경환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경북 경산(56.57%), 민주당 김성회 후보가 국민의힘 한창섭·녹색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꺾은 경기 고양갑(54.69%)도 사표율이 높은 지역구였다.
반대로 전국에서 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구는 민주당 박지원 후보가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전남 해남·완도·진도(7.64%)였다.
이어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9.30%), 전남 여수갑(11.11%) 순으로 사표율이 낮았다. 전국에서 사표율이 낮은 상위 10곳은 모두 호남이었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사표율이 40%를 넘으면서 1개의 지역구에서 표를 가장 많이 받은 1명의 후보만 선출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선거구제는 낮은 비례성으로 인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고,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를 유발해 양당제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국 득표율은 각각 45.08%와 50.48%로 5.4%포인트(p) 차이가 났지만, 실제 의석수는 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으로 71석이나 차이가 났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비례대표를 확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대로 두면 다음 총선에서도 똑같은 사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거대 양당이 선거제도를 정하면 개혁을 할 수 없으니 전문가위원회를 꾸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1개 지역구에서 2명 이상 선출)로 가면 되는데 거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라며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극단적 대립도 많이 사라지고, 영·호남 구도도 옅어지면서 사표 방지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