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에 신호까지 어기며 차를 몰다 무고한 시민 3명을 치어 숨지게 한 80대가 고작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검찰이 항소했다.
춘천지검은 지난 15일 A씨(82)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 1심 판결에 불복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A씨에 금고 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 이유에 관해 "속도 위반, 신호 위반, 횡단보도 사고라는 중과실로 무고한 피해자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한 사안인 점, 피해자 1명의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하면 1심 형량은 가볍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5분께 춘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B씨 등 여성 3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모두 사고 지점 인근에 있는 교회의 신자들로 밝혀졌다. 이들은 사고 당시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사 결과 A씨는 차량 신호가 적색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달려 신호를 위반했다. 또 제한속도 시속 60km 도로에서 97km로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측은 고령인 점과 사건 이후 건강이 악화한 점, 초범이고 그동안 단 한 번도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지 않은 점, 피해자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춘천지법 형사1단독은 지난 9일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 3명 중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점,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 유리한 정상을 고려했지만 과실 정도가 중하고 피해자 1명의 유가족이 아직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며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 선고가 끝난 뒤 A씨 측과 합의를 거부한 유족의 아들은 "(A씨가) 고령이고 몸이 아픈데도 운전을 한 게 문제인데 고령인 걸 고려해서 형량을 감경했다고 보니 아쉽다"라며 "노인분들께 주의하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도 있었던 판결인데 당황스럽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억만금을 준다 한들 저희 손으로 어머니를 대신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고 쓸 수 없는 심정이었다"라며 "검사께서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으나 형량이 너무 가볍다"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