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사실상 저격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국무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당이 참배한 데 대해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설명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발언은 이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서 경제적 포퓰리즘을 두고서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수당의 횡포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 대표가 4·10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간접 겨냥한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이 마약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은 대통령실이 배포한 모두발언 전문에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배포한 전문에는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이 겪는 어려움도 더 세심하게 살피라는 것이 바로 민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나와 있다. 원문을 읽지 않고 말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 뉘앙스가 한층 강렬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협치의 뜻을 밝히는 대신 민주당을 공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
국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입니다.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습니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음을 통감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훨씬 더 세밀하게 챙겨야 했습니다.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는 미처 힘이 닿지 못했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려다 보니, 세심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애썼지만, 고금리로 고통 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도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개발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의 불안까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여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하고,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습니다.
또한,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는 부족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수출 드라이브와 건전재정,민간 주도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실제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회생의 온기를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닿지 못했습니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을 육성해서 산업 경쟁력을 높였지만, 이러한 회생의 활력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들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고,청년들의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지원도 크게 늘렸지만, 많은 청년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아직도 미래를 걱정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서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늘봄학교 정책을 통해 국가 돌봄 체계를 실현하는 데도 정성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를 다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많습니다.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으로나라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이 겪는 어려움도 더 세심하게 살피라는 것이, 바로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계선상에 계신 어려운 분들의 삶을, 한 분 한 분 더 잘 챙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 하겠습니다.
실질적으로 국민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겠습니다.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습니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습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더 많이 소통하겠습니다.
국민께서 바라시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길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습니다.
민생을 위해서라면,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배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기강을 다시 한번 점검해 주기 바랍니다.
지난 4월 13일 새벽,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중동 전체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우리 정부는 관련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경제안보 긴급 비상 대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사태는 먼 곳에서 발생한 남의 일이 아닙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4분의 1, 그리고 천연가스(LNG) 교역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입니다.
중동 지역의 불안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우리 경제와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석유의 6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고 있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2%에 달합니다.
막대한 운송비 증가와 국제 유가 상승은 우리 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저는 지난 14일 오후, 관계부처 장관들을 소집하여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주재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재외국민과 선박, 공관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사태의 확전이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국제 유가 변동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점검하였습니다.
각 부처는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에 관한 분석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여,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랍니다.
아울러,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주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이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랍니다.
오늘은 세월호 10주기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