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 당내에서 '용산 책임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은 예측한 바 있다. 선거 하루 만에 이런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해 당선된 안철수 의원은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연달아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는 그걸 표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서 이제는 정말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제대로 바꾸고, 당정관계를 건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의원은 차기 당대표 후보로 유력한 인사로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된다.
직전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살펴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라고 말하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친윤(친윤석열)계였던 김 의원은 비윤계로 돌아선 정치인이다.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그는 윤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 대표가 됐으나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물러났다곤 하지만 사실상 밀려났다고 보는 게 맞는다. 대통령실에서 김 의원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총선에 불출마하기를 바랐다. 김 의원은 대표직을 내려놓은 대신 지역구(울산 남을)에 출마하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영남권 한 의원은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버티며 총선을 겨우 치른 건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손가락이 한 곳으로 향하지 않나"라면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용산에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참패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언급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나 탈당을 압박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은 윤 대통령에게 엄중하다.
이미 조해진·정운천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함운경 후보가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언급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 및 소통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순조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만큼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총선 참패로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이 난국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윤 대통령을 탓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윤 대통령과 대립하거나 갈등을 빚은 인사가 대거 당선됐기 때문이다. '정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전 서울지검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원내에 입성했다.
앞으로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당대표가 선출되기라도 하면 안 그래도 위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히 약화할 수 있다. 남은 임기를 레임덕 상태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