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의 승부 역시 과거 총선과 마찬가지로 최대 격전지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이 갈랐다.
'윤석열 정부 심판'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스윙보터인 중도·무당층이 야당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걸린 수도권(122석)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20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승리를 품에 안았다.
여기에 전통적인 캐스팅보터 지역인 충청권에서도 선전하며 압승을 굳혔다.
◇ 민주, 수도권서 102석 쓸어 담아…與는 19석 그쳐
개표율 99%를 기록한 11일 오전 5시 현재 기준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102곳에서, 국민의힘은 19곳에서 당선을 확정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121개)에서 103곳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고, 국민의힘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을 포함해 17석을 건지는 데 그친 바 있다.
48개 의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37곳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전통적 텃밭인 서초 갑·을, 강남 갑·을·병 등에서 11석을 얻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서울에서 4석이 줄었고, 국민의힘은 3석이 늘었다.
그러나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의석수가 60곳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서 민주당이 4년 전보다 의석수를 늘리면서 수도권 절대 우위를 지켜냈다.
지난 총선에서 경기도 의석은 민주당 51석, 국민의힘 7석, 정의당 1석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보다 2석이 늘어난 53석을, 국민의힘은 1석이 줄어든 6석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이 강한 포천가평, 여주양평 등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인천의 경우 13개 지역 중 민주당이 11곳에 깃발을 꽂았던 지난 총선과 비교해 이번 총선에서 분구된 지역(서구병)을 민주당이 추가로 가져간 것 이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현역 지역구인 중구·강화·옹진(배준영), 동구미추홀을(윤상현) 수성에 성공했을 뿐 의석수를 늘리진 못했다.
◇ 충청권 민주 21석, 국민의힘 6곳…강원 2곳 빼고 與 차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스윙보터'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에선 전체 28석 중 국민의힘이 6석, 민주당이 21석, 새로운미래가 1석을 차지했다.
4년 전 국민의힘은 8석, 민주당은 20석을 얻었는데, 국민의힘은 2석이 줄었고 민주당은 1석이 늘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전(7석)을 싹쓸이했고, 세종은 2석 중 1석을 얻었다.
민주당이 공천을 취소한 세종갑에선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가 당선됐다.
충남 11석은 국민의힘이 3석을, 민주당이 8석을 나눠 가졌다. 4년 전보다 국민의힘은 2석 줄었고, 민주당은 2석 늘었다. 민주당은 아산갑, 공주·부여·청양을 국민의힘으로부터 탈환했다.
충북 8석은 국민의힘이 3석, 민주당이 5석을 나눠 가졌다. 4년 전 총선과 의석수, 지역구 모두 그대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청주 4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이 후보로 나온 충주(이종배), 제천·단양(엄태영), 보은·옥천·영동·괴산(박덕흠) 3곳에서만 승리했다.
한편, 강원 전체 8개 의석은 국민의힘이 6석, 민주당이 2석의 성적표를 거뒀다.
지난 총선에선 국민의힘이 4석, 민주당이 3석 당선됐는데,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원주갑' 지역구를 탈환하며 1석을 늘렸다.
강원권 당선자 8명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다.
◇ 與, 텃밭 TK 전 의석 수성…PK는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 전체 의석 65석 중 국민의힘은 59석, 민주당은 5석, 진보당은 1석을 각각 차지했다.
거대 양당의 지난 총선 영남 성적표는 국민의힘이 56석, 민주당 7석이었다. 국민의힘은 3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이 25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TK는 4년 전엔 무소속 1석(홍준표)을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이 이겼다.
TK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가 높았던 곳으로, 이번에도 여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정부 지원론'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북 경산은 옛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와 초접전을 치렀지만, 조 후보가 결국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이어 이번에도 TK에서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국민의힘이 34석, 민주당이 5석, 진보당이 1석을 각각 얻었다.
부울경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32석, 민주당이 7석 승리한 지역이다. 이번엔 국민의힘 의석수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17석, 울산 4석, 경남 13석을 얻었고, 민주당은 부산 1석(북갑), 울산 1석(동구), 경남 3석(김해 갑·을, 창원성산)을 가져갔다.
진보당은 민주당과 연대로 야권 단일후보를 낸 울산 북구에서 1명을 당선시켰다. 진보당의 지역구 당선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번 총선 '격전지'로 떠오른 낙동강벨트에선 국민의힘이 7곳, 민주당이 3곳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이 중진들을 재배치해 투입한 김해을(조해진), 부산 북갑(서병수)은 민주당에 패배했다.
전직 경남지사 간 승부가 펼쳐진 양산을에선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가 민주당 김두관 후보와의 초박빙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 이변은 없었다…민주, 호남·제주 전석 석권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선 이변이 없었다.
민주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압도적 차이로 광주와 전북, 전남 28개 전 지역구를 손아귀에 넣으며 맹주로서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산을에서 민주당 민형배 후보에게 62.3%포인트(p)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기도 한 이정현 전 의원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도전장을 냈으나 민주당 권향엽 후보에게 46.4%p차이로 패했다.
3자 대결 구도로 관심을 끈 전북 전주을에선 민주당 이성윤 후보가 국민의힘 정운천·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제치고 압승했다.
제주 역시 지난 총선에 이어 3석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