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패하면서 대통령실에 초비상이 걸렸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개표율이 약 94.87%를 기록한 11일 오전 3시 18분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동부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과 '텃밭'인 호남 지역구 전역 등 160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91곳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미래는 1곳, 개혁신당은 1곳, 진보당은 1곳에서 1위로 나타났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선 61.88%의 개표율을 기록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8.09%로 가장 많이 득표했다.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6.20%, 조국혁신당은 23.47%, 개혁신당은 3.41%를 득표했다.
아직까지 비례대표 당선권은 유동적이다. 지상파 3사는 출구조사에서 국민의미래가 16∼19석을, 더불어민주연합이 10∼14석을, 조국혁신당이 12∼14석을, 개혁신당이 1∼3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과 군소 야당의 의석을 합하면 최종 결과에 따라 180석을 넘어선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의석을 합해 109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결과는 면한 수치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능한 200석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4년 동안 거대 야당에 줄곧 입법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일단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용산 리스크’를 패배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국민의힘에서 탈당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그러면 여권 장악력을 완전히 상실해 ‘식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의료개혁부터 노동·연금·교육 개혁에 이르기까지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인 국정과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총선 결과를 통해 성난 민심이 확인된 까닭에 전처럼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도 어려워진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석수가 합쳐서 200석 이상이었을 경우 윤 대통령은 탄핵 소추를 걱정해야 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