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충동으로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남고생이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교사는 학교 측이 벌인 2차 가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은 9일 방송을 통해 텀블러 체액 테러 피해 여교사 A 씨의 근황을 전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경남 사천의 한 사립고에서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텀블러에 남학생 B군이 체액이 담긴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지난달 말, 이 같은 사건을 공론화한 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되레 2차 가해를 받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A 씨는 지난 2월 말 학교와의 근로 계약이 종료됐다.
A 씨는 최근 가해 학생 담임 교사로부터 "선생님께서 잘못된 방향의 처벌을 해서 학생과 학교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이 (사건의) 끝이 (선생님에게) 새로운 고통이 될지, 상처를 아물게 해드릴지 모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교사는 A 씨가 겪은 피해에 대한 반성이나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아직도 당시 상황이 똑똑하게 기억 나는 A 씨는 교사의 연락에 불편함을 느껴 "이런 말씀하실 거면 그냥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학교 측에 산재 처리 요청을 했을 때 겪었던 일도 떠올렸다.
지난해 10월 초 교장은 A 씨에게 "당연한 거다. 산재 처리 돕겠다. 기다려라"라고 말한 뒤, A 씨 뒤에서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 내 지갑에서 5만 원 꺼내주면 되는 건데 굳이 왜 산재 처리를 해야 하나. 기관에서는 벌금도 내야 할 일인데"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교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뒤 "기관 신고는 우리가 이미 끝낸 상태니까 개인이 산재 처리해라"며 말을 바꿨다.
분노를 참지 못한 A 씨는 "도 교육청 등에 기관 신고를 하고 이 사건을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처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도 교육청은 "이렇게 하는 의중이 뭐냐. 어떻게 해줄까?"라며 A 씨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청 측은 "사건 당시 열렸던 선도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학생 측이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중간에 있던 동료 교사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상황을 정리하면서 애매해진 것 같다. 이쪽에서 '의중이 뭐냐'고 한 건 보험을 따로 든 게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씨는 '사건반장' 방송 이후 가해 학생에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 씨의 지인이 대신해서 가해 학생 보호자에게 연락했지만 "드릴 말씀이 없어서 죄송하다"라는 말만 하고 A 씨에게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제가 듣기론 가해 남학생 아버지가 '우리 애도 밥 못 먹고 힘들어한다', '원래 착한 애다'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 씁쓸해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은 재물손괴죄로밖에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 전 제 손으로 생수병을 열지 않으면 물을 못 마신다. 가해 학생이 잘못한 거니까 혼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사건반장'은 학교 측이 A 씨를 상대로 '모욕죄' 고소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