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 시장은 남녀가 뒤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엔 남성이 만나고 싶은 이성 0순위가 예쁜 여성이었는데 요즘은 능력을 보고 있고, 예전엔 여자가 만나고 싶은 이성 0순위가 능력이었는데 요즘은 매력적인 외모, 키 큰 남성에게 끌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조건 좋고 능력있는 남성이라도 남자로 느껴지지 않으면 손도 잡기 싫은데 어떻게 결혼하느냐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월 수천만원을 버는 잘 나가는 30대 변호사가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고백이 영 엄살로는 들리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사연이다.
중소 로펌 대표 변호사인 남성 A(37) 씨는 업무 관련 서류를 공개해 직업을 인증한 뒤 "서울에 부동산 한 채랑 주식 조금 갖고 있고 월 순익은 2000만~3500만원 정도다"며 "이 정도면 대한민국 상위 10%라고 생각한다"고 자기 소개했다.
그런 그가 결혼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꾸기 힘든 선천적 요소들이 이성의 성적 매력의 상당 부분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는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요인들은 키, 얼굴 등 상당수가 선천적 요소들이다"며 "이 요소들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거나 바꾸기 힘들다. 키는 말할 것도 없고 얼굴은 성형해도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예로 들었다.
A씨는 "170cm가 안 되는 키와 어필하지 못하는 외모 등 선천적인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나는 후천적 요소들이라도 잘 갖춰야 이성을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10대, 20대를 오로지 공부에 투자했다"며 "10대 때는 '서울대 가면 여자친구 생긴다'는 말을, 20대 때는 '변호사 되면 여자 골라 만난다'는 말들을 맹신하고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덕에 그는 후천적 요소들을 장착했다. 서울대 출신, 자리 잡은 로펌 대표 변호사 타이틀.
실제로 변호사가 된 30대 초반부터 안 들어오던 소개팅이 쇄도했다. 일종의 보상 심리로 20대 때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아나운서 지망생, 스튜어디스 등 미모의 여성들을 사귀게 됐다.
그러나 미녀들이 A 씨를 만난 건 그가 괜찮은 '조건'의 남자여서일 뿐, '성적 매력'으로 끌리는 남자여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A 씨가 깨닫게 되면서 연예 사업은 꼬였다.
함께 길을 걷던 데이트 여성이 누가 봐도 잘생긴 남자를 흘깃흘깃 쳐다보던 눈빛에 A 씨는 자괴감이 몰아쳤다.
A 씨는 35살이 되자 결혼정보회사(결정사)로 달려갔다. 예쁜 여자만 만나려고 하는 보상 심리는 접어두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거기는 1군 결혼 시장에서 패배한 2군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것을 자각했다고 한다. 고스펙의 결정사 회원들은 말 그대로 '공정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일 뿐, 사랑에 기반을 둔 결혼을 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그의 말대로라면 결정사는 선천적 요소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이 오로지 후천적 요소들인 조건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장이기 때문이었다.
A 씨는 "국제결혼은 생각도 안 한다. 3군 시장까지 내려가고 싶진 않다"며 "차라리 혼자 살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누리면서 살겠다고 부모님께도 공표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줄 평을 남기며 장문의 글을 맺었다.
1. 키, 외모와 같은 선천적 요소가 성적 매력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2. 학벌, 직업과 같은 후천적 요소가 모든 걸 커버해줄 거라 착각하지 마라.
3. 결혼? 끝까지 노력하되 안 되면 포기해라.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