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생 대다수가 최근 의대로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중앙일보는 KAIST·포스텍·UNIST·GIST 등 이공계특성화대학 4개교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학교를 떠난 학생 수가 1181명이나 된다.
KAIST에서는 최근 4년간 500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기준 KAIST 재적학생(재학생+휴학생)수인 4912명의 10%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포스텍은 198명(재적학생 1805명), UNIST는 310명(2342명), GIST는 173명(1050명)이 학교를 나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떠난 학생의 대부분이 신입생이란 사실이다.
지난 4년간 학교를 떠난 1181명의 학생 중 405명은 신입생이다. 10명 중 3명 이상(34.3%)이 입학한 해에 학교를 그만뒀다.
KAIST에서는 200명의 학생이 입학한 해에 학교를 떠났고, 포스텍 67명·UNIST 130명·GIST 8명도 신입생 때 그만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이공계인 KAIST, 포스텍 등 학생들이 다른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할 이유가 없는 만큼, 중도포기 학생 대다수는 의대로 진학하거나 의대 준비를 위해 그만뒀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고·영재학교에선 수년 전부터 의·약학계열 진학 시 장학금·교육비 전액 환수(약 1500만원) 등의 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제재를 피하고 의대로 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장형조 강남N플러스학원 컨설턴트는 “이미 과학고 다닐 때부터 의대 가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KAIST를 다니다가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의대를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간 뒤 의대 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KAIST 측은 “KAIST를 포함해 국가 재정으로 운영하는 이공계특성화대학의 연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1억원에 달한다”며 “학생 한 명이 그만두면 최소 1억원이 버려지는 셈이고, 그 학생 때문에 선발하지 못한 다른 인재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한 해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