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몸이 덜 풀린 것일까. '돌아온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 복귀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무서운 화력에 고전했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개막전 LG와 원정경기에서 제구 난조를 보이며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부진했다.
2만3천750명의 만원 관중 앞에 선 류현진은 1회말 첫 이닝을 단 9개의 공으로 삼자범퇴처리하며 '류현진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첫 타자인 박해민을 상대로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144㎞ 직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류현진은 후속 타자 홍창기도 범타 처리했다.
이번에도 145㎞ 직구로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로 막았다.
유격수 하주석의 송구가 살짝 높았지만 1루수 채은성이 잘 잡아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류현진은 김현수마저 공 2개로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손쉽게 첫 이닝을 마쳤다.
문제는 2회였다.
류현진은 제구가 흔들렸다. 평소 "죽기보다 내주기 싫다"고 말한 볼넷을 두 번째 타자 오지환에게 내줬다.
1,2,3구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외면했고, 풀카운트에서 7구째 직구가 볼로 판정됐다.
류현진은 후속 타자 문보경을 우익수 뜬 공으로 막았으나 이후 난타당했다.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 문성주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문성주의 타구는 유격수 하주석이 슬라이딩으로 잡아내 간신히 장타가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신민재에게 가운데 몰린 직구를 던졌고, 좌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류현진은 1-2로 추격한 3회말 1사에서 김현수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그는 시속 99㎞ 저속 커브를 던지는 등 김현수의 타격 타이밍을 뺏으려 노력했으나 번번이 공이 존을 벗어났다.
힘든 상황이었으나 류현진은 오스틴 딘과 오지환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2-2로 맞선 4회는 악몽 같았다. 류현진은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범타로 유도해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문성주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문현빈이 가랑이 사이로 흘리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류현진은 크게 흔들렸다.
류현진은 박해민에게 중전 적시타, 홍창기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 김현수에게 좌전 안타를 연이어 얻어맞았다.
한화 벤치는 더 기다리지 못했다. 2사 1, 3루에서 류현진을 이태양으로 교체됐다.
류현진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화 팬들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류현진을 향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나, 류현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날 류현진은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이후 4천188일 만에 KBO리그 투수판을 밟았다.
그는 총 86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45개), 커브(18개), 체인지업(14개), 컷패스트볼(9개) 등 다양한 구종을 골고루 뿌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