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점에 늦었지만 뜻깊은 선물을 했다.
19일 서울신문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있었던 일을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익명의 고객 A씨는 서점 카운터에 봉투를 건네곤 말없이 사라졌다.
직원들은 단순 분실물로 봉투를 보관하다가 지난 6일 열어봤는데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생이던 15년 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과 학용품을 여러 번 훔쳤다. 직원에게 들켰을 때 A씨 아버지가 책값을 내주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A씨는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족들이) 잘못은 이해해줄 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봉투 안엔 총 100만원이 동봉돼 있었다.
19일 교보문고 측은 “기존에도 과거에 책을 훔쳤다며 종종 몇만 원씩 돈을 건네고 가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금액의 돈을 내놓고 가는 고객은 드물다”며 “직원들도 편지를 보고 놀라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병현, 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가더라도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A씨의 돈 100만 원에 더 보태 200만 원을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