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인 유튜버 박은수(29)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로 최종 추천됐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최고위원회의 의결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찍은 노출 화보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박은수는 14일 페이스북에서 ”얼마 전 민주당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지원해 여성•장애인•청년 분야의 후보자로 당 비례후보추천관리위로부터 최종 추천됐다. 당선권 내 최종 후보자로 추천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부결됐다는 문자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가 부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전달받지 못했다면서도 지난해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 이후 업로드한 자신의 포스팅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은수는 당시 보청기를 착용하고 속옷을 노출하는 모습을 담은 화보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이 선정적이라고 판단한 최고위가 자신을 탈락시켰을 것이라고 박은수는 밝혔다.
박은수는 ”장애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이자 인권 운동“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화보 사진 선정성의 이유로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최고위의 결정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객관적인 절차와 평가와 검증 과정을 통해 추천된 후보에게 선정성이라는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과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청년의 표현에 대한 검열“이라고 말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탄압과 차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라면서 ”이 글로 저의 도전이 재의결되거나 번복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부결 결정으로 인해 좌절하고 있는 장애인 동지들에게 장애인의 몫을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함을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은수는 결정이 번복된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후보자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해달라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결정이 번복된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후보자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요청합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지원을 했었습니다. 서류 전형과 면접 과정을 통해 여성•장애인•청년 분야의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비례후보추천관리위로부터 최종 추천이 되었습니다.
이후 당선권 내 최종 후보자로 추천되어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레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과정에서 부결되었다는 문자 통지를 받았습니다. 결국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부결로 인하여, 최종 후보로 의결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늘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추천 후보 20인 중 여성•장애인•청년 분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 언론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고, 제가 몸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전국장애인위원회 차원에서조차 최고위원회의 부결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문이 발표되는 것을 보며 장애인 당사자이자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글을 씁니다.
우선 비례후보추천관리위 차원에서, 여성•장애인•청년 분야에서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장애인 후보자를 당선권으로 배치하였으나,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여성•장애인•청년 분야가 의결되지 못한 것 입니다. 전언에 따르면 대표님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부문의 국회의원 후보자로 의결하자는 의견을 제안했으나 내부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최종적으로 부결 처리 되었다고 합니다.
최고위원회의 부결 결정에 대해 그 이유를 전달받지 못했기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비례후보추천관리위의 추천 과정에서 검증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의 질의 내용을 기반으로 추측해 보았습니다. 작년 11월 16일 저녁, 수능 시험 종료 이후 업로드 했던 저의 포스팅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에 저는 장애인 크리에이터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청각장애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SK와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였고, 지난 10월 경에는 많은 난청인들에게 보청기가 더 이상 부끄러움이나 결점의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여겨지도록 청각장애인 가족이 있는 촬영 작가님과 컨셉 협의를 통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11월 16일 수능을 치른 많은 수험생 구독자분들께 수능 성적과 삶의 행복이 비례하지 않고 늘 삶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중도 장애로 새로운 인생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장애인인 저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고자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던 화보 사진과 함께 격려의 메세지를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월 17일,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화보 사진과 저의 보청기 화보 사진을 함께 올리며, 장애인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며 숨기지 않고 세상에 당당히 표현하며 맞서라는 세계적인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비례후보추천관리위의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 포스팅을 확인하게 되어, 이 사진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 질의하였고 세계적인 장애인 인식개선의 일환이며 장애인 크리에이터 로서의 역할이었다는 내용의 소명을 전달했습니다. 추천관리위원회에 이부분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되어, 최종 당선권 후보자로 추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저로서는 최고위원회 의결과정에서 후보자 추천이 갑작스레 부결된 사유에 대해서 소명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으로부터 선정적이라고 평가받은 저의 보청기 화보 사진이 장애인 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로서의 결격사유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제가 이 화보 사진을 찍고 공개한 것은 장애인 여성들의 세계적인 인권 운동 중 하나이자, 장애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행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인 보청기를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감추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내면화되어 왔던 장애인의 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 입니다. 나아가 숨기거나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브래지어 또한 드러내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저의 신념입니다. 미술사에서도 억압받는 여성의 몸을 당당히 드러내어 몸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을 타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한 움직임은 터부시되던 몸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내 여권 신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처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저의 신념입니다.
이는 장애를 이야기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사명이었습니다. 제가 제작했던 장애 인식 개선 콘텐츠들은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는 저의 성취 경험 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도,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하여 매달 약 300만명의 시청자 분들이 채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하고, 능력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오직 기계적 평등의 잣대를 들이밀며 장애를 혐오 정치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애 혐오의 사회, 정치 혐오의 대한민국에서 장애 이슈는 국민들에게 선거철이 되어서야 잠깐 반짝 비추는 주제로, 정치권에서는 거대 담론에 밀리는 마이너한 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출은 소비가, 기득권을 위한 비용은 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선 예전의 저처럼 손상과 장애의 경계에서,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장애인 등록 기준은 쉬운 행정을 위해 법이 그렇게 정했을 뿐. 몸의 영구적인 손상을 입은 이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의 평균 장애 인구 비율은 25퍼센트지만, 한국은 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싶어 하고, 사회 활동에 주저하며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저처럼 중도 장애를 가지게 된 경우 사회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 경제적 약자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장애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이자 인권 운동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저의 화보 사진의 선정성의 이유로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입니다.
객관적인 절차와 평가와 검증 과정을 통해 추천된 후보에게 선정성이라는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과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청년의 표현에 대한 검열입니다. 이 선례는 앞으로 민주당에서 출마하는 여성, 청년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과거에 바디프로필과 같은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를 한 적이 있다면 공천 결격 사유라는 선례로 남을 것 입니다.
스무살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활동하며 지난 10년간 국민을 사랑하고 국정을 고민하는 일에는 나이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던 지난 시간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치권과 사회의 시선을 바꿔나가겠다는 다짐은 더 확고해 졌으며, 이 다짐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나 정치인으로서나 변함없는 저의 신념입니다.
장애가 있는 내 몸마저 사랑하겠다는 저의 용기와 이번 총선에서 꼭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을 대변할 장애인 국회의원이 배출되어야 한다는 260만 장애인 당사자의 그 간절함을 사진 한 장으로 평가하지 마십시오. 선정성으로 저의 모든 이야기를 덮어버리는 현 상황이 저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언제나 역사는 민중의 것이었고, 변방에서 시작되었고, 피 흘리고 싸우는 민중들의 것이었습니다’라는 이재명 대표님의 말씀처럼 나아가고자 합니다.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탄압과 차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 글로 저의 도전이 재의결되거나 번복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부결 결정으로 인해 좌절하고 있는 장애인 동지들에게 장애인의 몫을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함을 밝힙니다.
260만명의 등록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가족 1,060만명을 대변하고 국민의 절반인 여성과 청년을 대변할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국회의원은 꼭 필요합니다. 후보자로 추천되었던 부분, 최고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전 당원 투표를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