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남자 정자로 시험관 시술 후 출산시키고 20년 속인 대학병원 교수 잠적

2024-03-14 10:03

“시험관 시술 때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 거짓말 후 부부 속여
병원은 “우린 모르쇠”… “1000만원쯤은 줄 수 있다” 뻔뻔 대응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엉뚱한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한 바람에 한 가정을 파탄 낸 대학병원 의사가 잠적했다고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최근 보도했다. 피해자인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고 얻은 아이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일치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2022년 알려진 바 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A(50대)씨 부부는 199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고 이듬해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시술 26년이 지나 진행한 아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을 한 사람은 이모 전 교수. 부부는 2002년쯤 아들 간염 항체 검사를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 부부가 모두 B형인데 아들 혈액형이 A형인 것으로 나왔다.

부부는 이 교수에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로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지만 부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 교수가 2018년 퇴직하자 담당 교수가 바뀌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 새 담당 교수와 일하는 간호사로부터 부모가 모두 B형일 경우 아들의 혈액형이 A형인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새 교수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이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고도 이 교수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전화도 피하더니 급기야 아예 연락을 차단했다. 수개월이 지나도 이 교수는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이 교수는 병원 측 연락도 피했다.

A씨가 계속해서 항의하자 병원은 이 교수가 잠적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A씨는 결국 사비를 들여 유전자 검사를 받고 나서야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알게 됐다.

분노한 A씨는 2022년 12월 병원과 이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시험관 시술 후 아내가 자연임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가량을 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가 2002년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부부를 갖고 놀았다는 데 대해 분노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병원의 뻔뻔한 행태에도 분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마지막 선택이 병원과 이 교수에게 날카로운 화살이 돼 돌아가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부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202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일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