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중 1명으로 지명된 오동운(55·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금성 파트너변호사가 과거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을 변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오 후보자는 혐의 자체보다는 디지털 증거수집의 절차상 위법성을 중심으로 변론했다고 밝혔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장판사 출신인 오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이듬해인 2018년 10세 안팎의 미성년자 4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 A씨를 변호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의대생이라고 속이고 12세 소녀를 숙박업소로 유인해 강간하고, 이듬해 3월엔 모바일 게임 채팅으로 만난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2018년 4∼5월께에는 또 다른 9세·10세 피해자에게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성폭행하기 위해 숙박업소로 데리고 가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었다.
오 후보자를 비롯한 A씨 변호인들은 재판과정에서 "간음이 아니라 피해자의 동의하에 속옷을 입은 상태에서 성기를 접촉한 것일 뿐"이라거나 "간음을 위한 유인이 아니라 일시적인 장소 이동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 변호인들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여러 피해자 중 1명에게 저지른 범죄에 관한 것뿐이라면서 나머지 피해자 3명에 대한 증거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돼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건장한 성인 남성인 A씨가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숙박업소에서 미성년자인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해 성폭행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증거 수집에도 문제가 없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10세 피해자에 대한 강간 시도가 미수에 그쳤다고 보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으나 증거 수집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해 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 측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문제 있는 변론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통화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이란 부분보다 휴대전화를 포렌식 할 때 영장 범죄사실과 상관없는 다른 디지털 증거를 변호인 참여 없이 일괄해서 수집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뤘고 절차 위반이 많다고 생각해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에 의해 변론했다"며 "변호사로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한 것 자체에는 후회가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의 (진술) 동영상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해 반대 신문권을 철저히 배제하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의 위헌성도 지적했는데 해당 조항은 이후 위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검사 출신 이명순(57·22기) 변호사와 함께 최종 후보 2명에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후보자 중 1명을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하면 해당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2대 공수처장에 임명된다.
경남 출신인 오 후보자는 1998년 부산지법에서 임관해 2017년 퇴임하기까지 20년 가까이 판사 생활을 한 뒤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오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이던 2019년 9월에는 방송 뉴스에 패널로 출연해 '비서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유죄 확정을 예상하면서 "우리 사회가 위력으로서 간음하는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