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간호사들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에 대해 폭로합니다”

2024-02-23 11:03

환자 말 전달하자 “개소리하지 말고 가라고 해”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뉴스1 자료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뉴스1 자료사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지자 일부 의사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의사들이 직장에서 동료를 대하는 수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23일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유명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의사들에게 폭언을 들었다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들을 모은 것이다.

‘길병원 레지던트 인성 수준’이란 제목으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길병원 레지던트 인성 수준’이란 제목으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가천대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길병원 레지던트 인성 수준’이란 글을 올려 “길병원 레지던트들이 갑이다. 한 번만 더 노티(환자상태 설명)를 하면 죽여버린다고 간호사한테 대놓고 이야기한다”라고 고발했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런 벌도 없다. 길병원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레지던트들이 이래도 그냥 넘어가기 때문에 다른 병원도 그런 것인가”라고 묻고 “정말 일할 맛 안 나고 자존감 떨어질 것 같다. 길병원 레지던트들 인성 수준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전공의 폭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간호사가 블라인드에 올린 글.
전공의 폭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간호사가 블라인드에 올린 글.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내과 2년차 남자 전공의 폭언 때문에 병동이고 중환자실이고 이미 몇 번씩 위에 보고가 됐다는데 왜 처벌이 없을까. 병원장 경고로 끝날 일인가”라면서 “내과 전공의가 부족하단 이유로 폭언하는 사람 정직도 못 주는 것인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왜 이러지. 병원이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면서 “폭행까지 가야 손을 쓸 것인가”라고 말했다.

한     간호사가     의사에게 쌍욕을 들었다고 하소연하며 블라인드에 올린 글.
한 간호사가 의사에게 쌍욕을 들었다고 하소연하며 블라인드에 올린 글.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한 간호사는 ‘노티하는데 갑자기 의사가 쌍욕해요’란 글을 올려 “환자 인슐린 컨펌을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하자마자 와다다 자기 기분 나쁜 걸 폭발하듯 내뱉고 쌍욕을 하더라”라면서 “기분이 더러웠다. 갑자기 눈물이 나고 화가 나서 제대로 쏘아붙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전화를 끊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라고 간호사한테 막말하고 쌍욕해도 되나”라고 묻고 “기본적인 매너나 예절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간호사 된 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가 외과 전공의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 블라인드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가 외과 전공의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 블라인드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는 ‘외과 전공의 몇몇 때문에 일하기 너무 힘드네요’란 글을 올렸다. 그는 “1년차 당직 선생님이 마침 병동에 왔기에 수술 환자 자료를 보여줬는데 문제의 2년차가 말을 끊으면서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노티하세요. 선생님 환자 보러 온 거 아니니까!’ 하고 저한테 소리를 질렀다”라면서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느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고 말했다.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은 메시지. 의사가 환자의 말을 '개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 에펨코리아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은 메시지. 의사가 환자의 말을 '개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 에펨코리아

게시물엔 의료대란 와중에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간호사가 환자에 대한 처방을 부탁하자 의사는 “아, 개귀찮다”고 말한다. 환자가 화요일에 퇴원하고 싶다고 한다고 간호사가 말하자 의사는 “내일부터 전공의 없다고 개소리하지 말고 가라고 하라”고 쏘아붙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