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을 넘겨준 기성용이 대표팀 후배들의 화해에 흐뭇함을 드러냈다.
대표팀 하극상 논란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은 이강인과 손흥민은 21일 인스타그램에 각각 사과문과 화해 인증샷을 올리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강인은 최근 런던에 있는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벌어진 탁구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며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서 사과를 드렸다"며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의 사과문에 이어 손흥민은 이강인과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를 용서해줄 것을 당부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도 제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며 후배 이강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흥민 글을 접한 전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최고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후배를 응원했다. 손흥민 역시 기성용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고마움을 표했다. 네티즌들은 구 캡틴과 현 캡틴의 우정에 뭉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4년부터 약 4년간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후배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다.
기성용은 주장으로 발탁되기 전인 2013년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과 갈등을 겪었다. 당시 그는 SNS에 최 감독에 대한 뒷담화를 올려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기성용은 사과문을 올린 뒤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논란 이후 7개월간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던 기성용은 홍명보 감독이 새롭게 사령탑에 오르면서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후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은 남다른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내분 논란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로 일단락됐지만, 새 감독 선임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새 사령탑 선임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