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생이 학위 수여식(졸업식) 도중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MBC는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16일 오후 M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오늘 이 뉴스' 영상을 보면 이날 오후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단상에 서서 학생들에게 축사를 전했다.
이때 단상 아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앉아 있던 학사모와 학위복을 입은 한 학생(졸업생)이 일어나 "R&D(연구개발)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친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은 순식간에 학생에게 달려들었다. 남성 여럿이 학생을 붙들고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학생이 넘어지기도 했다.
끌려 나가는 와중에도 학생이 같은 구호를 여러 번 외치자, 한 경호원은 손으로 학생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를 본 학위 수여식 참석자 일부는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라고 소리치며 해당 학생을 강제로 퇴장케 하려는 경호원을 제지했다.
행사장에 소란이 일었고, 여럿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경호원들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의 사지를 든 채 행사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본 네티즌은 "졸업생(학생) 다치지 않았길 바랍니다", "안타깝네요", "절규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네요...", "그 와중에 경호원들 학위복 입고 변장해서 숨어 있었던 거 소름 돋네"라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학위 수여식 당시 영상을 공유,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라는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경호원에게 끌려 나간 해당 학생은 올해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R&D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항의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지난해 국가 R&D 예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총 26조 5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전년(31조 원) 대비 15% 정도 삭감된 것으로, 정부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199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행사장에서 끌려 나간 뒤 경호원이 대기하라고 지시한 장소에 혼자 있다가 대전 유성경찰서로 이동한 상태다. 대통령실 경호처 측이 경찰로 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경호처 측은 경향신문에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했다. 법과 규정,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