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늦은밤(오후 10시)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과 쿠바는 이날(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는 서반구 유일의 공산국이자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만큼 단순한 수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는 쿠바를 193번째 수교국으로 맞이했다. 유엔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수교하지 않은 국가는 이제 시리아만 남게 됐다.
북한은 156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빼고 단독 수교한 곳은 쿠바와 시리아, 팔레스타인 3곳이었다. 이중 한 국가가 이탈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
쿠바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기도 했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 지평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무게감 때문에 양국 간 수교 과정은 물밑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돼 왔다.
한국은 지난 2년 동안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했고, 작년 한해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 만났다.
결국 설 연휴 직전 쿠바 측이 적극적인 수교 협의 의사를 표하면서 미국 뉴욕 주유엔 대표부 창구를 통해 양국 정부 간 막판 소통과 최종합의가 이뤄졌다.
한·쿠바 수교안이 의결된 것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였다.
철통 보안을 유지했기에 이 비공개 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 착석한 뒤에야 수교안 안건이 올라온 것을 인지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며 "쿠바가 우리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한 듯하다"고 말했다.
양국이 수교 관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도 이날 쿠바와 수교한 데 대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쿠바가 수교에 나선 데는 다각도의 경제협력 여지 뿐 아니라 K-팝과 K-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쿠바 국민들의 긍정적 시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은 향후 상호 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와 함께 기업 진출 등 방안에 대해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