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마세요. 좋은 세상에. 그리고 오래오래 사세요."
구순(九旬)이 지난 마을 촌장이 합동 세배를 한 주민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고 덕담을 건네자 웃음이 퍼졌다.
440년이 넘는 '2024 위촌리 도배례'가 11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 위촌전통문화전승회관에서 사단법인 위촌리 대동계 주관으로 열렸다.
위촌리에는 매년 설 명절을 맞아 웃어른을 공경하고 어버이를 효성으로 받드는 경로효친 사상이 담겨있는 도배례가 전통문화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올해는 김정기(94) 어르신이 21대 촌장으로 추대됐다.
이날 행사는 촌장 가마 행차를 시작으로 식전 공연이 펼쳐지고 촌장과 부촌장, 오찬장이 자리하면 마을 주민과 가족, 아이들이 건강을 기원하며 합동 세배를 올리는 합동 세배 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마을 주민들이 서로 마주 보고 세배하며 건강과 소원성취를 기원했다.
이후 윷놀이 등의 전통 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위촌리 도배례는 조선시대 중기인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조직한 이후 지금껏 이어지는 미풍양속으로 설(음력 1월 1일) 명절 다음날인 음력 1월 2일에 행해진다.
주민들이 도포와 검은색 두루마기 등 전통 의복을 갖추고 타지로 나간 자손들을 포함해 매년 100여 명이 촌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께 합동세배를 드리며 새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김정기 촌장은 "갑진년에 여러분 하시는 일 소원성취 하시고 만사형통하세요. 늙지 마세요. 좋은 세상에, 그리고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덕담을 건넸다.
이 행사는 매년 설 명절이 되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마을 행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위촌리 합동 도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도배례를 개최해 강릉의 경로효친 문화를 세계에 선보이기도 했다.
강릉에서는 설 명절이면 위촌리 외에도 왕산면과 강동면 등 10여개 마을에서 합동 도배례가 이어지고 있다.
허동욱 강릉시 문화유산과장은 "가장 오래된 세배 행사인 도배례가 강릉의 뜻깊은 무형문화유산으로 명맥을 이어 나가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 효를 행할 기회가 되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보존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