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승부차기 때 벌어진 일화가 뒤늦게 공개됐다. 손흥민의 냉철한 판단이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은 16강전에서 사우디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8강에 올랐다. 0-1로 뒤지는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이 설영우의 헤딩 패스를 다시 헤딩으로 연결해 사우디의 골문을 열었다. 패배 위기에서 벗어난 대표팀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당시 승부차기를 앞두고 경기장(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장 손흥민이 사우디 주장, 주심과 함께 센터서클로 이동했다. 이후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심이 본부석 기준으로 왼쪽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하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해당 골대는 사우디 관중석 쪽에 있었다. 온통 녹색 유니폼의 사우디 팬들뿐이고 ‘붉은악마’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주심이 고른 쪽의 반대편, 즉 본부석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골대 쪽은 한국 벤치가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약 20명의 '붉은악마'와 함께 개별로 경기장에 모인 한국 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진영이었던 셈이다.
중계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승부차기를 한다면 한국이 심리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자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규정대로 동전 던지기로 골대를 결정하자고 했다. 주심은 규정을 강조하는 손흥민의 말에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동전 던지기에서 한국 팬들이 있는 쪽의 골대로 승부차기 장소가 결정됐다.
그렇게 조현우가 한국 팬들의 응원 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들으며 골문을 지킬 수 있었던 끝에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사우디를 이겼다.
이 같은 사실은 대표팀 관계자가 1일 언론에 승부차기 때 벌어진 일화를 전하면서 알려졌다.
사우디를 넘은 위르겐 클린스만호는 3일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