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 수사단장(대령)의 재판 첫 증인으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출석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날 오후 4시께 해병대사령부 중회의실에서 박 대령에게 (당시 국외에 있었던) 이 전 장관이 귀국 때까지 사건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령 쪽은 “명확한 (이첩 보류)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맞붙었다.
또 김 사령관은 재판부가 박 대령을 항명죄로 처벌할 의사가 있냐고 묻자 “이첩 보류와 관련한 지시를 어긴 건 명확하다”며 “군인이 지시를 어긴 것은 어찌 됐든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자신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지칭) 격노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재판장이 “대통령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냐’고 질책했고 국방 관련해 이렇게까지 격노한 적이 없다는 말을 (박 대령에게) 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 사령관은 또 박 대령이 조사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으로 인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날 ‘우린 진실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것 없다’는 취지로 해병대 수사단을 응원했던 것에 대해 “수사단장이 조사를 받고 있고 보직해임됐던 시점으로 안다”며 “그것에 대해 (수사단원들이) 동요했기 때문에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통화였다”고 설명했다.
김 사령관은 공판 마무리 발언에서 "군인은 어떤 경우에도 상관의 정당한 지시에 당연히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지시가 변경됐다면 변경된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게 기본이다"라며 박 대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첩 보류를 지시한 8월 2일 박 대령이 이첩을 강행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사령관의 지시를 어겼다'는 말을 하면서 고개 숙였던 부분을 기억한다"며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워 해병대를 살리고, 지키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던 그 모습이, 지금 해병대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 역시 발언권을 얻은 후 "사령관님은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분으로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충성으로 보답해 왔다"며 "오늘 참담한 일을 (겪으며) 현장에서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병대의 명예는 진정한 정의와 자유를 위하는 방향으로 향할 때 그 명예가 빛나고 참다운 명예라고 생각한다"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명예인가 하는 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 날 저녁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박 대령은 조사결과를 민간으로 이첩하는 과정에서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됐다.
국방부검찰단은 지난해 10월 ‘기록 이첩 보류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박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