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70대 노인이 아파트 발코니 2평짜리 대피 공간에서 약 20시간 동안 갇혀있다가 이웃과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인천 XXX 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에스오에스'(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경찰청이 지난 29일 밝혔다.
이에 상황실 직원은 신고자에게 사진을 요청했고, 신고자가 보낸 사진 속에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종이 상자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에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종이 상자가 걸려 있는 해당 세대를 확인한 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구해 출입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집안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집 안 발코니 쪽 작은 문에서 작게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불이 났을 때 몸을 숨기는 비상대피공간이었다.
경찰이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하자, 그 안에는 속옷 차림의 70대 노인 A씨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당시 A씨는 전날 오후 환기를 위해 비상대피공간에 들어갔다가 고장이 난 방화문이 잠겨버리면서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갇히고 만 것이다.
이때 인천의 기온은 영하 1.8도, 체감온도는 영하 6.3도였다.
혼자 살고 있던 A씨는 휴대폰도 없이 고립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약 20시간이 넘도록 추위와 홀로 싸우던 A씨는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을 보고, 상자를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든 후 이 상자를 밧줄로 연결해 창문 밖으로 내걸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이 구조 메시지를 맞은편 이웃이 발견했고, 신속하게 대처한 경찰 덕분에 A씨는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후 당시 현장에 출동한 임용훈(55) 도화지구대 4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동 지령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 처음이었다"며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