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공격수 파이살 할림(슬랑오르)은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마치고 자국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판곤 감독이 지휘한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30위의 '약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랭킹 23위 한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슈팅 18개, 크로스 41회, 코너킥 20개를 퍼부은 한국의 공세 속에서도 무승부를 일궈낸 수비진의 공로도 크지만 가장 돋보인 선수가 바로 공격의 선봉 할림이었다.
158㎝의 단신인 할림은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을 토대로 쉬지 않고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수비진의 실수를 유발하며 말레이시아가 한 수 위 상대와 비기는 데 크게 공헌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 수비수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득점하는 장면이 자국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6분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황인범(즈베즈다)이 대런 록(사바흐)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 공을 넘겨받은 할림이 골 지역 왼쪽에서 각을 좁히던 김민재와 대치했다.
두 차례 속임 동작으로 달려드는 김민재를 따돌린 할림은 김민재와 조현우 사이로 칩슛을 날려 침착하게 득점했다.
김민재는 직전 경기에서 프랑스에서 뛰는 요르단 대표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가 1대1 공격을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철통같은 수비력을 보여줬으나 이런 할림의 기지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영자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할림은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다. 모두가 열심히 싸웠다"며 동료들과 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경기를 위해 김 감독이 며칠간 한국을 분석하고, 말레이시아의 조별리그 부진을 연구해 개선점을 내놨다고 할림은 밝혔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체구가 작은 윙어인 할림은 '거인' 한국을 찌르기 위해 작은 벌처럼 분주하게 윙윙거리다가 빈틈을 파고들었다"고 조명했다.
조별리그 E조에서 1무 2패를 거둔 말레이시아는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언론은 한국을 상대로 선전했다며 대표팀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더스타는 '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서 무승부…아시안컵서 K-드라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판곤호가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더스타는 "대표팀은 바레인, 요르단전에서 패배한 후 멋지게 싸워 마침내 승점 1을 따냈다"고 해설했다.
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직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진출했고, FIFA 랭킹 23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포진했다"라며 "고전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우리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엄청난 결과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