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러시아군 가운데 질병으로 제대한 군인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렌타루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지금까지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제대한 참전군인은 4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투 중 날아든 총알이나 수류탄 폭발 등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전장에서의 스트레스나 또 다른 요인으로 발생한 질병으로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군인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투로 인한 신체 부상이 아닌 질병을 이유로 제대한 참전군인들은 대체로 물질적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서부 추바시공화국 출신의 드미트리 주라블레프는 군 복무 중이던 2022년 9월 국방부와 계약해 직업군인이 됐다.
계약에 따라 그는 모스크바 한 마을에 있는 군부대에서 근무해야 했지만, 곧바로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벨고로드주에 배치돼 사격 훈련을 받은 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됐다.
이후 주라블레프는 임무 수행 중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
그해 10월 그는 어깨뼈 사이에서 뜨거운 열을 동반한 가려움을 느꼈고 이후 체온이 40도를 넘는 고열 증상도 나타났다.
등에서는 커다란 붉은색 반점도 퍼지고 있었다.
이송된 병원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을 받은 그는 일주일간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지만, 건강이 악화해 다른 군 병원에 재차 입원했다.
당시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는 의식이 되돌아온 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다.
검진 결과 주라블레프의 병명은 진드기에게 물려 발생하는 '라임병'으로 판명됐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그에게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방부 군사 의료위원회는 주라블레프의 병이 러시아 정부가 승인한 군인 특별 질병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국가 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부상 군인에게 주어지는 보상금 300만루블(약 4천600만원) 역시 받지 못했다.
러시아는 대통령령에 따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서 부상한 군인에게 300만루블을, 전사자 가족에게는 500만루블(7천6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있다.
주라블레프는 "군 복무를 하고 전투에 참여해 장애인이 됐으나, 아무런 도움 없이 남겨졌다"며 참전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됐던 빅토르 피스쿠노프 역시 임무 수행 중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 제대했지만, 국가 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크라이나전 참전군인 가족들은 이들의 사례처럼 "건강상 이유로 군에서 제대했더라도 전투에 따른 신체 손상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