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장애인 스티커를 이용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도 형사 처벌을 하지 못한다는 경찰의 판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가짜 장애인 스티커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를 한 차주를 경찰에 신고했다가 반려당한 제보자들의 사연을 23일 보도했다.
제보자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의 장애인 주차 표지를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장애인 마크와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표지'라는 글은 적혀 있었지만, 차량 번호는 펜으로 적혔고, 발급일자와 기관장 직인이 없었다.
A 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차량을 관할 구청과 경찰에 신고했다.
양천구청은 해당 차량 소유주가 장애인 주차 표지를 부당 사용했다고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같은 달 15일 A 씨에 통보했다.
반면 양천경찰서는 지난 10일 해당 차량 소유주의 공문서 위조·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 입건 전 사건 종결 결정을 내렸다.
발급일자, 유효기간, 발급기관장 란 등이 없어 해당 주차 표지가 공문서로서 형식과 외관을 갖춘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0년 12월 공문서위조죄에 대해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을 수 있는 형식과 외관을 구비한 문서를 작성하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만, 평균 수준의 사리 분별력을 갖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문서일 경우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제보자 B 씨 또한 지난해 6월 장애인 주차 표지 위·변조로 의심되는 차량을 경북 봉화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찰 연락을 받았다.
B 씨는 "지자체에서는 위법이라고 보고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경찰에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허탈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명백한 공문서로 보이고, 이를 위조한 것인데 경찰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 같다"며 같은 해 9월 수사 심의신청서를 낸 상태다.
지난해 4월 장애인 주차 표지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내려받아 인쇄한 뒤 차량번호와 발급기관장을 적어 사용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경일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문서 위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경찰도 법원도 아닌 일반인이 봤을 때 위조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삼은 것"이라며 "경찰이 관련 판례를 과도하게 행정 편의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개인이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는 것만 아니라 공문서, 나아가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 표지를 위조 또는 도용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과태료 200만원이 부과된다. 이 중 주차 표지를 위조하고 사용했을 경우 공문서 위조 및 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