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떨어져 집에서 구박받은 언니가 극단 선택을 했습니다”

2024-01-23 14:53

“엄마·아빠가 막말 수준으로 언니 혼냈다”
누리꾼 “언니 몫까지 열심히 대학생활하길”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올해 대학입시에서도 의대 쏠림 현상이 굳건한 가운데 수년 전 의대 진학에 실패한 반수생이 부모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극단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나왔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우리 언니 극단 선택하게 한 엄마, 아빠가 너무 싫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대생이라는 글쓴이 A 씨는 "6살 터울의 친언니가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이과 계열을 들어갔는데 의대 가고 싶다고 수능을 다시 준비했다"며 아픈 가족사를 꺼냈다.

그는 "그런데 언니 수능 결과가 좋지 못했다. 언니가 시험을 잘못 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수능 성적 나온 날 아빠랑 엄마가 언니를 엄청 혼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혼내는 게 그냥 막말 수준이었다. 중학생인 내가 들어도 상처였다. (아빠, 엄마가) 언니에게 '너 친구는 다 너 한심하게 생각할 거다'라고 한 말은 약한 수위였다"며 "언니는 싸우다가 잠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말을 이어갔다.

A 씨는 "그날 나도 옆에서 엄청 울면서 언니 따라 나갔는데 언니가 울면서 내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1만원을 쥐여주더라"며 "자기 바람 쐬고 오겠다며 나보고 과자 사서 먹고 있으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것이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로 언니는 세상을 등졌다. 글의 문맥상 언니는 2010년대 후반에 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수능을 다시 본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언니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엄마, 아빠한테 들은 말들이 너무 속상하고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안 된다"며 "그 이후로 우리 집은 그냥 풍비박산 났다. 엄마는 2년 동안 정신을 놓았고 아빠도 비슷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수능 성적 나와서 원서 넣을 시기가 되니 언니 생각이 난다"며 "그때 졸라서라도 같이 바람 쐬자고 할 걸…"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학 다니니까 언니 생각이 더 나더라"며 "언니 가고 나서 엄마 아빠랑 대화 거의 안 한다. 오빠랑만 한다"며 우리 집은 이제 미래가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겨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언니 몫까지 열심히 대학 생활해라", "언니가 항상 너 옆에서 널 지키고 있을 거다", "언니도 좋은 곳 가셨을 거다", "남 얘기 같지 않다", "힘내란 말밖에 못 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shin sang eun-shutterstock.com
shin sang eun-shutterstock.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