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조카를 데리고 만취한 채 식당에 들어와 술을 내오라고 행패를 부린 남성의 사연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조카가 미성년자라고 미리 말했으니까 불법 아니라고 술 팔라는 진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연초에는 늘 미성년자가 들어와 혹시라도 술을 팔게 될까 봐 신분증을 꼭 확인한다는 내용의 작은 현수막을 붙여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근데 오늘은 술에 취한 남성 2명이 들어오더니 술 주문을 하더라. 한쪽이 너무 어려 보여서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얘는 미성년자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당하게도 '앞에 얘는 미성년자인데 술은 나만 마실 거니까 술을 내와라'라고 하더라. 법적으로 미성년자가 합석하면 술이 나갈 수 없다고 알렸는데도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더니 '나만 마실 건데 왜 안 되느냐. 내가 얘 보호자다. 자식같이 키운 조카다'라며 '내가 미리 얘 미성년자라고 말했으니까 상관없다'라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또 "법적인 보호자여도 미성년자가 같이 있으면 술은 절대 나갈 수 없다고 재차 설명했으나 갑자기 쌍욕을 하면서 가게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X 같다', '답답하다' 난리를 치더라.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르겠다고 하니 부르라면서 자기가 (경찰한테) 얘기하겠다고 해서 경찰 불렀다. 그랬더니 '내가 신분증 보여줄 테니까 술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영업 방해를 했다. 조카라는 사람은 문 앞에 서 있었다"라며 황당해했다.
결국 남성의 행패에 견디다 못한 글쓴이는 식당에 아버지까지 불렀다. 그는 "저희 아버지가 오셔서 '미성년자가 있는데 술 파는 데가 어디 있냐. 그만 나가라. 우린 (당신한테 술) 안 판다'라고 하니까 나갔다. 그러다 다시 들어와서 자기 혼자 먹을 테니까 술 가져오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글쓴이는 "피해의식이 생기지 않으려 해도 제가 그 사람보다 어리고 또 여자니까 저한테는 쌍욕도 하고 큰소리치더니 아버지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상황이 정말 싫었다"라며 "아버지가 나가라고 재차 얘기하니까 결국 나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참 장사하기 힘들다. 가족끼리 왔으니 보호자니 술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현명하게 거절해야 하느냐"라고 조언을 구했다.
청소년 보호법 제29조(청소년 고용 금지 및 출입 제한 등)에 따르면 청소년이 친권자 등을 동반할 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출입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접객업 중 대통령령(단란주점영업소, 유흥주점영업소)으로 정하는 업소의 경우에는 출입할 수 없다.
친권자란 청소년에 대해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 또는 친권자를 대신하여 청소년을 보호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때 업주나 종사자는 청소년과 친권자 등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글을 접한 네티즌 가운데 일부 자영업자들은 미성년자와 함께 가족 외식으로 방문한 손님들에게 술을 판매했다가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자영업자는 "원칙적으로 따지면 걸린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음주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술이 제공됐다면 어른들 테이블에 합석한 미성년자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성년자가 합석한 그 테이블에 술이 제공된 자체를 위법으로 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가 포함된 가족 회식을 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가 안 돼서 그냥 넘어간 것일 뿐이지 신고가 된다면 음주 제공으로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성년자가 포함된 가족이 오면 술자리를 원하는 어른들과 미성년자인 자녀를 구분해서 테이블을 따로 제공하는 게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