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은 사람이 과음하면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뇌졸중이나 치매, 심부전의 주요 위험인자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와 박찬순 임상강사 연구팀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 동일집단(코호트)에 등록된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 및 일평균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심방세동 위험이 흡연·비만·운동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따라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39만9천329명을 일평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자(0g)와 경-중등도 음주자(<30g, 약 4잔 미만) 과음자(≥30g, 약 4잔 이상)로 구분했다.
또 알코올 대사 능력 위험점수에 따라 각 집단을 '낮음', '보통', '높음' 군으로 다시 구분한 뒤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을 약 12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과음하는 이들 중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은 그룹에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
다만 음주량에 따라 알코올 대사 능력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달랐다.
과음자 그룹에서는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음'에서 '높음'으로 넘어갈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줄었으나, 경-중등도 음주자와 비음주자에서는 이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밖에 이번 실험에서는 알코올 대사 능력과 관계 없이 일평균 알코올 8g(주종과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가 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유전적 소인(대사 능력)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복합적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며 "똑같이 술을 마셔도 사람마다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기에,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금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