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평 변호사의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신 변호사는 지난 15일 ‘슬픔의 의미’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제는 나의 때가 지나갔다고
헛헛한 발걸음 돌리니
슬픔의 쓰나미로 변한 과거
갑자기 거세게 밀어닥친다
원래 삶이란 슬픔의 바다이건만
구태여 외면해 오던 쓸쓸한 과거
성을 내고 달려든다
슬픔의 격정에 몸을 떨면서
슬픔의 안에 숨은
애틋한 마음 애써 꺼내
너와 나의 굽은 사연들
조심스레 살핀다
해가 달이 되고
바람이 새가 되어 나는 사이
먼 세월 지나고
빛바랜 젊음의 탁자 위
한 방울 눈물 떨어진다
신 변호사는 덧없이 흘러간 시간을 쓸쓸히 반추하는 시를 올리고선 다음과 같은 글을 덧붙였다.
“경주의 고분이 석양을 받으며 너럭바위처럼 쓸쓸하게 누워있군요. 옛날 어릴 때 장 자크 루소의 ‘고독한 산보자의 꿈’이란 수상록을 읽은 기억이 얼핏 납니다. 4·19 세대를 대상으로 펴낸 책이었지요. 책 내용이 기억난다기보다 책의 표지 정도가 겨우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새 60년 가까운 세월이 후딱 흘러가 버렸습니다. 홍안의 소년은 백발로 변했습니다. 저는 어느덧 그 수상록을 쓴 루소와 같은 처지가 되어 매일 고독하게 산책하며 몽상에 젖는군요. 무엇보다 흘러간 세월은 슬픔으로 밀려옵니다.”
신 변호사의 시를 보고 마음이 움직인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2시쯤 신 변호사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윤 대통령은 왜 신 변호사의 시에 반응한 것일까.
신 변호사는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좋아요’가 눌러져 있었고, (윤 대통령이) 누른 시간을 보니 새벽 2시였다”며 “윤 대통령이 그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는 대선 때 불면의 밤을 보내며 함께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던 그리운 기억이 남아 있다”며 “그때도 그 늦은 시간 윤 대통령이 답장을 보내오곤 했는데, 그때의 추억을 잊지 못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선 보다 직설적으로 복잡한 심경을 표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하는 것이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결국 모든 것이 이제 검찰로 통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바운더리 안에 사람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게 대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그런 사적인 정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내외분을 위해 새벽 기도를 하는데 인간적인 면과 별도로 윤 정부의 국정 운영 면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 변호사 시에는 해석하기에 따라선 의미심장할 수도 있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이제는 나의 때가 지나갔다고 헛헛한 발걸음 돌리니’ ‘너와 나의 굽은 사연들 조심스레 살핀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신 변호사는 한때 ‘윤 대통령 멘토’로 불렸다. 그러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틀어졌다. 윤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대통령에겐 멘토가 없다”는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읽는 이에 따라선 '슬픔의 의미'란 시는 윤 대통령과 신 변호사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