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의 원인이 개인과 약물 그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라 행복한 경험의 유무도 영향을 미친다는 유명 뇌 과학자의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 '뼈가 녹아내리는 고통에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뇌 과학자 장동선은 "마약을 투여한 사람의 중독은 환경 등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아편 중독자가 아편을 할 때 아무 데서나 하지는 않지 않냐. 은밀하게 마약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대부분 할 거다. 마약 투여자가 아지트에 들어서는 순간 뇌는 '이제 마약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대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사람이 평소 투여하던 용량의 마약을 새로운 장소에서 하면 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뇌는 평소 행동 패턴을 참고해 몸의 기본값을 유지한다. 이를 '뇌의 항상성 작용'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장소에서 뇌가 마약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장동선은 마약 중독과 환경에 상관관계를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로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공원 실험'을 소개했다. 해당 실험에서 사용한 헤로인은 마약 중에서 의존도와 독성 모두 가장 높다.
해당 실험에서 연구진은 헤로인을 섞은 물과 일반 물을 쥐에게 제공한다. 쥐들은 물 외에 아무런 흥미 요소가 없으면 헤로인 물을 섭취했다. 반면 쳇바퀴와 치즈 등 좋아할 만한 요소를 물과 함께 제공하면 일반 물을 마셨다.
장동선은 이에 대해 "행복한 경험을 하는 쥐는 마약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연구진은 좀 더 잔인한 실험을 진행했다. 행복한 경험으로 헤로인 물을 마시지 않았던 쥐들에게 57일간 헤로인 강제 투약을 한 후 반응을 지켜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 쥐가 금단 증상을 이겨내며 헤로인을 피했다.
장동선은 "어떠한 환경에서 마약을 경험했냐가 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요즘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약에 중독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독의 원인이 약물이나 개인에게만 있을까? 마약을 하기 전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면, 거대한 절망과 공허함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중독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약물과 개인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에도 할렘가라든지 부조리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이 마약 중독 비율이 높다.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게 마약에 대한 백신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마약 단속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이 영상은 제가 지금껏 본 한국 마약 관련 영상 중 가장 정확한 내용이 담고 있다. 관내에서 하루 마약 관련 변사 사건만 수십 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