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했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에 사는 변문희(80) 씨다.
15일 마포구에 따르면 변 씨는 지난 12일 ‘성산1동 변문희 후원자 유산기부 전달식’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금융 자산 4억 2000만 원을 기부했다.
변 씨는 전 재산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어려운 형편 때문에 못 배우고 힘들게 사는 이웃들과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평생 했었다고 밝혔다.
변 씨는 늘 배고프고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 못한 한이 컸다며 자신과 같은 이웃이 없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변 씨는 앞서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마포구 '주민참여 효도밥상' 사업과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공증을 마친 상태였다. ‘효도밥상’ 사업은 마포구에 사는 75세 이상 독거 어르신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주민 참여 사업이다.
충북 제천시에서 태어난 변 씨는 다섯 살이 되던 1948년에 큰 수해를 입었다. 당시 48채의 가구가 피해를 봤다. 변 씨 집도 그중 하나였다. 이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변 씨는 17세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수많은 직업을 거친 변 씨는 30대 중반에 고향으로 돌아가 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았다. 50대 초반에는 다시 서울로 이사해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았다. 남편은 결혼 5년 차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자식은 없다.
변 씨 유산은 마포복지재단을 통해 마포구 관내 75세 이상 1인 가구에 주 6회 끼니를 제공하는 ‘효도밥상’ 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 사업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4월 ‘효도밥상’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마포구에 거주하는 500여 명의 독거 어르신이 17개 급식 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변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자식이 있었어도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이 없었으면 하는 건 내 오랜 생각이라 후회는 절대 없다"라면서 ”지금처럼 친구들 배고프다고 하면 밥 사주고 먹는 반찬 나눠주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대로 살다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기부가 남았다. 변 씨는 얼마 전 고려대학교 의대에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한 바 있다.